길과 길 사이

인문학, 기술, 이민, 그래도 나의 휴일은 글쓰기로

by 달순

#어제는 유난히 일하는게 쉽지 않았다.

온 몸이 콩콩콩 쑤시듯이 아픈 것 같고 누군가가 조금만 예민하게 나와도 나도 같이 으르렁 거릴 태세였다. 내가 왜 그런 상태였는지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 길이 없었다. 남편과 싸우지도 않았고, 그닥 나쁘지 않은 오전을 보내고 일터로 갔다. 그런데 어제는 유난히 버티는게 쉽지 않았다. 내 노동이 긴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무슨 힘인지 조퇴없이 정시퇴근을 했다. 아, 이런 몹쓸 몸에 벤 근면 성실함. 컨디션이 좀 힘들면 그냥 말을 하고 내가 쓸 수 있는 휴식 시간을 쓰고 조퇴하면 되는데, 그것이 아직까지는 힘들다. 몸에 벤 근면 성실은 내 입장에선 미련한 행동일 수 있다. 내 몸이 힘든데 왜 그걸 말을 못하나? 내 몸이 아프면 누가 대신 아파해 줄 수 있는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괜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실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돈 버는 일은 아무리 쉽게 여겨진다해도 쉽지 않다. 그러면서 속으로 인문학을 전공한 스스로를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에이, 왜 나는 기술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까? 그런데 사실 손기술, 그런거에 내가 젬병이잖아! 젬병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단 말이야! 그래도 미국 이민을 생각했으면 비상대책으로 한 가지 기술은 배우고 왔었어야지! 아, 몰라몰라몰라! 다 귀찮아!" 이런 속말을 해댔다. 혼자 속풀이를 한다고 풀리지도 않는데 말이다. 아, 좋게 생각하자. 그래. 여기까지 이민 6년이면 잘 한거야. 미국에서 공무원은 아무나 하나? 아무나 하는 것 같아 보일 때도 있다. 그럴때가 참 마음이 탁, 하고 바닥을 친다. 나는 박박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너는 너무도 쉽게 여기까지 왔구나. 그런 마음이 들때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기가 쉽지 않다.

고급 기술자들의 길들이 뭔가 그냥 마냥 부러울 때가 있다. 아, 치과 의사들은 돈을 얼마나 잘 버나. 아, 파일럿들은 또 얼마나 고급 기술자들인가. 세상은 무척이나 험하고도 살벌할 때가 있어서, 그런 세상에 나가려면 단단한 무기가 있어야 할것처럼 느껴진다. 그 무기란게 무엇인가? 특히 이민자에겐 기술인가?

그런데 세상일은 참으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내 자리는 바로 거기라는 것. 그리고 큰 일이 없는한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는게 내 자세다. 인문학을 전공하여 교수가 되는 길이 있다. 의학을 전공하여 의사가 되는 길이 있다. 그도 저도 정확하게 딱 부러지지 않고 여기 저기 왔다갔다 하는 길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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