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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Jul 10. 2020

근황 2020. 7.9.

바람의 언덕, 김창옥, 밥그릇 vs 마음그릇 

#agony  

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극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 문득 요즘의 나를 돌아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모를 스멀 스멀 내 안에서 올라오는 좌불안석의 마음. 그걸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으려나. 나의 근황에는 아마 저 단어의 냄새가 풍겼으리라. 뭔가 마음이 불안했다.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어도 뭔가가 마음 속에 채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 마구 마음을 혹독하게 먹고, 또 다른 산을 하나 정복 해야 하나? 하는 굳은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런데 또 막상 호미를 쥔 내 손아귀에는 야심, 다부진 마음, 단단한 결정 그런것 보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것 아닌가. 결정하는 사람은 나인데...... 이런 스산한 마음들로 창문이 덜컹덜컹대듯 마음도 자꾸 흔들거렸다.  


#바람의 언덕 

    무슨 소설 제목 같다. 이 단어를 들으니 나 또한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곳에서 나 홀로 나를 위한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졌다. 강연으로 유명한 김창옥 선생님의 강연에서 이 말을 들었다. 자기 안으로 들어가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그의 유투브 강연에서 건진 두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를 살필때 경영자, 관리자로서의 나. 그리고 스스로를 보살펴 주는 사람으로서의 나 이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단다. 삼십대에 이민을 한 나는 지금까지 내 마음을 잘 관리하고 또 잘 보살펴 줬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나를 보살펴 주는 것보다 관리하는 쪽을 많이 했다. 박스 체커Box Checker 일의 목록을 주루룩 나열하고, 중요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고 후다닥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나는 그걸 잘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과를 냈다. 또한 이 일은 사실 중요하다. 하루 하루를 알차게 살아가려면 말이다. 그런데 마음을 보살피는 일은 사실 마음의 요가를 하는 것과도 같다. 몇달 째 요가를 가지 못해서 온 몸이 찌뿌둥한데, 나는 마음의 요가라는 것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해 왔을까? 


#산위의 산 

    이민을 온 지 약 칠년만에 그래도 내가 원하는 자리를 얻었다. 나는 이 일만 하면 참으로 많은 것들이 해결될 줄알았다. 뭣모르고 이민을 와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 이 자리에 왔다. 그런데 신기하고도 요상한 현상은 그것으로 해결된 것은 나의 밥그릇이오, 내 마음그릇은 그렇게도 채워지지가 않았다. 마음 그릇을 채우는 것은 나를 챙기는 일. 요가, 독서, 산책, 그리고 글쓰기. 이러한 좀 지루해보이고 돈도 안되면서도, 또 막상 하려면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것들이다. 그래. 당분간은 마음을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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