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순 Jun 07. 2021

도저히 적응 안되는 미국 치과

임플란트 카운셀링 받으러 갔다 악다구니만 쓰다

치통보다 더 무서운, 보험이 적용되어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미국 치료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미국 치과 치료비 앞에서 두 무릎을 다 꿇었던 적이…… 여전히, 도무지, 어떻게 봐 주려해도 적응이 안된다. 이 놈의 우라질 미국의 치과 치료비가 말이다. 치과 치료비, 치과 보험료와 관련해서 치과 종사자들은 너무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굴었다. 대놓고 도둑질하는 제도가 있다면 이 민영화된 미국 의료 보험제도 같다. 특히나 이빨에 대해선, 마치 미국에서 치과 의사들의 위상은 너무도 높아 눈이 부실 정도다. 고개를 아무리 쳐들어도, 치과 의사들의 부가 어디까지 닿는 것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미국 치과비 전쟁: 1탄도 아닌 2탄

    나의 미국 치과 여정 2탄은  작년 2020년 성탄절 즈음 발생했다. 사십이 안 되어 보이는, 머리를 감지 않아 뒷머리가 떡이 진, 한 중국인 치과의사가 내 엑스레이를 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십구번 치아 (왼쪽 아래 어금니)를 지금 당장 뽑지 않으면, 조만간 병원 구급차에 실려 올지도 몰라요. 실제로 아파서 구급차에 실려온 환자들의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바로 당신것 처럼요. 염증이 너무 심해서 뼈까지 염증이 퍼질수 있어요.”

    그의 입에서 뼈, 염증, 구급차 이런 말이 나오자 내 머릿속에 패닉이 왔다. 뭐…뭐라고?!!! 그러자 나를 진정시키려는듯 이 치과 의사 옆에 있던, 한 번에 봐도 야무지고 단단하게 생긴 "치과 의료보험 전문인" (사실 그녀의 직접은 회계와 무관한 간호사일수도 있고, 아니면 회계 업무만 보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녀의 말투와 태도가 무척이나 당당하여 나는 임시로 그녀에게 이 이상한 직함을 붙여 주었다.) 이 나를 안심시키듯 내 어깨를 살짝 다독이며 

    “괜찮아. 우리가 잘 알아서 치과치료비를 처리해줄게.”

라고 했다. ‘나를 믿어줘. 이 호구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난 이 나라 의료 보험 제도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너의 보험에서 얼마를 최대한 가져갈 수 있는지 다 알고 있으니 걱정마.’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들렸다. 그리고 솔직히 그 젊은 의사의 젊음(뭔가 경험이 부족해 보여) 과 비위생적인 모습에 영 믿음이 안 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이 나의 두려움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이 치과 의사는 개인의 위생과 무관하게 노련한 솜씨를 가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날만 개인 사정으로 머리를 못 감았을 수도 있다. 또한, 그 간호사 언니는 또 그 비상한 머리로 나에게 일 퍼센트라도 좀 깎아서 줬을지 누가 아나. 다만 나는 미국에서 치과에 갈때 항상 그렇게 의구심과 적개심을 가득 품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게 있으면 더 크게 보는것 같다. 믿을 만한 곳을 알지 못하고, 또 그들이 얼마를 내게서 요구할지 모르니까, 겁이 나고, 더군다나 이것은 내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니 나는 잔뜩 긴장하고 그만큼 움츠러든다.


사실 한국인 치과를 찾아갈까를 생각 안 한건 아니었다. 그래도 거길 가면 질문이라도 한국어로 맘놓고 할수있지 않을까? 둘 다 똑같이 뺏겨먹힘를 당할거면 차라리 한인 치과를 찾아가야 할까? 그러나 해외에서 이민자끼리 만나서 대화를 나눌때, 당사자끼리만 느낄 수 있는 근원을 알수 없는 묘한 감정들이 있다. 그것은 ‘이민와서 내가 더 잘났다’ 하는 말도 안되게 유치한 감정이며, 때로 이 감정들은 ‘치시하고 더럽고 아니꼬와’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인이 한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때는 영어를 쓸 때보다 더 혀와 귀를 조심해야 한다. 쉽게 베일 수 있으니까. 또 나도 모르게 쉽게 벨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의 의료보험을 받아주는 다른 치과를 찾아야했다. 미국 의료보험은 민영화가 되어 있어서, 각 병원에 전화해서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 마치 구걸이라도 하듯이 “당신네 병원이 나의 의료 보험을 받아줍니까? Is your hospital within the @@@

insurance network?” 라고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는 내가 '진짜로' 그 보험을 갖고 있는지, 갖가지 호구 조사를 한다.

하!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일 아니었던가.


그렇게 하여 나는 첫번째 치과에서 가진 불신감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두 번째 치과에 갔다. 무려 삼십분을 운전했다. 그곳에서의 첫번째 실랑이는 엑스레이였다. 첫번째 치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었으니, 그 자료를 너희 이메일로도 보냈고 여기 내 핸드폰에도 그 이미지가 있어 바로 보여줄 수 있으니, 여기선 안찍겠다고 버텼다. 그랬더니,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날씬하고 어여쁜 젊은 여성 치과 의사가 나왔다. 얼굴에 ‘나 성공했소’를 써 붙인 것 같았다. 그녀는 가녀린 손으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들에겐 내가 참으로 화가 난듯 보였나보다. 그리고 그녀는 안그래도 크고 반짝이는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Who is in chrage here? Who will take out your tooth?”

하하하! 웃음이 나올뻔 했으나 참았다. 누가 여기서 책임자이지? 누가 네 이빨을 뽑을거지? (바로 나야 나. 나라고. 그러니 넌 누구 말을 들어야 하지?)

어쩌면 그녀 역시 나처럼 이민자일지 모른다. 악센트가 강하게 느껴졌으니, 좀 더 미국인 영어처럼 우아한 간접 화법으로 돌려서 유려하게 말하고 싶어도 그게 안됐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지. 나를 아이 취급하면서 그렇게 말했어야만 했나요? 어깨에 둘러쳐진 무거운 방사능방지 옷을 내동댕이치고 나오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렇게 망쳐서 이빨 십구번을 뽑지 못하면, 그래서 염증이 턱뼈까지 닿아서, 안그래도 외로운 연말에 구급차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실랑이는 있었지만 빠른 일처리로 그 여성 의사는 십오분만에 툭 하고 내 이빨을 뿌리째 뽑았다. 나는 승전 기념물이라도 되는냥 집안의 보이지 않는 곳에 그 이빨을 보관하고 있다.

    문제는 치과비였다. 그곳 안내 데스크에서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지불액수는 527.9불. 국소 마취하고 이빨 하나 뽑은 값이란다. 한화로 치면 오십만원 돈이다. 얼얼한 왼쪽 아랫턱을 만지며 살살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궁금증이 일어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이 금액이 맞냐고 물었고, 보험회사에선 아니란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그때도 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로 ‘이 도둑놈의 치과 의사와 관계자들! 나를 대놓고 속여?!’ 하며 혼자 속으로 대노했다. 그리고 끝내 돈을 받아낸 나 스스로에게 칭찬했다. 그래! 이번에도 호구가 되지 않았어! 결국 내가 낸 돈은 527.9불에서 383.44불이 되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바로 이 치과와 내 보험 회사가 서로 약정한 금액이 있는데, 그 규정을 따르지 않고 이 치과에선 자기네들이 임의로 책정해 놓은 금액을 내게 제시한 거였다. 참말로!

처음엔 뭣모르고 내라고 해서 결재한 금액. 이빨 하나 뽑은 비용임.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치과에서 다시 받아낸 금액.


치과 전쟁 1차전

    사실 이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나의 미국 이빨 전쟁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이 치과전쟁 일차전이다. 그때는 사랑니었고 전신마취를 해야 했으며, 그때도 처음에 치과에서 내라고 한 금액을 냈는데, 보험회사에 전화했더니 역시나 이백불 넘게 차액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경험으로 이 인도계 치과에서 호구짓을 당할뻔 했으나 다행히 살아 남았다.

남은 문제는 그렇게 해도 여전히 값은 비싸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의료 보험 민영화로 인해 각 병원이 청구하는 항목에서 어떤 것은 보험 적용이 되고, 어떤 것은 50퍼센트가 보험으로 처리되고, 또 어떤 항목은 전부다 보험 처리가 된다는 것이다.

    며칠전에 갔었던 세번째 치과에서도 그랬다. 처음엔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가 와서 한 오분쯤 설명을 해주고, 간호사가 내게 용지를 내밀었다. 의사 상담료 140불, 엑스레이 3D 250불이란다. 그리고 임플란트 나사 심는 것만 2450불이란다. 그 종이를 받자 다시 손이 살짝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리고 간호사는 마치 내게 엄중한 선고라도 하듯이 말했다. 오늘 당신이 한 것중에 이 엑스레이 비용은 반드시 내야 한단다. 그래서 “내가 보험 회사랑 잠시 통화해도 되나요?”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물었다. 보험 회사 직원에게 각 항목의 코드를 알려줬다. 의사와 상담한 것 코드, 쓰리디 엑스레이 코드, 임플란트 코드… 보험회사 언니,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우리 보험회사에서 의사 상담은 전액 커버되고, 임플란트의 경우 약 1400불 정도인데 그 중 절반은 환자인 네가 내고 절반은 우리가 내 준다. 그리고 그 쓰리디 엑스레이는 우리가 커버 안해 주니 너가 네는 게 맞다. 아마도 그 신경 같은 걸 보려고쓰리디 엑스레이를 찍은것 같네요…… 설명을 들으니 진정은 조금 되었다. 휴…..

남편과 통화를 하면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다시 정리해 보게 된다.

쪽 팔리더라도 결재하기 전에 반드시 보험 회사에 전화해서 코드를 알려주고 그 항목에 대해 보험회사가 책정한 금액이 얼마이고, 얼마를 보험 적용을 받는 지 확인해야 한다. 이걸 모르면 병원에서 임의로 정한 가격이 정가인줄 알고 그 금액을 지불하는 '호갱님'이 되어 병원밖을 나서게 된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받는 모든 절차에 대해 ‘이걸 꼭 해야하는 것인지, 그 절차의 코드는 무엇인지 procedure code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유럽 여행할때 양식당에 갔는데 빵이 나오길래 그냥 먹었을 뿐인데, 나중에 청구서를 보니 내가 주문하지도 않은 빵을 먹은 값을 내야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그래서 따박, 따박, 조곤 조곤 물어봐야 한다.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그리고 천천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과정은 비용이 얼마가 청구되는 것이지요? 이 절차가 반드시, 꼭 필요한 것입니까?

*이 글의 내용과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조소현.

매거진의 이전글 강한 경상도 사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