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ch potato, 그래도 자신감, 남길것과 헤어져야 할 것
#couch potato 소파위 감자가 되어
근 일년만에 남편을 만났다. 코로나가 터지고 그는 훌쩍 태평양을 건넜다. 미국에서 삼십년 넘게 산 그는 작년 여름 한국에 일을 하러 갔고, 한국에서 삼십년 넘게 산 내가 미국에 남아 코로나 속에서 일하고 살았다. 우리의 유일한 털내미는 시부모님 댁으로 임시 입양을 보냈다.
일년만에 만난 남편은 나를 보더니 “재택근무하면서 집에만 있느라 아주 couch potato가 됐구만!”
이란다. 오호! 이런 신선한 표현 좋아! 그런데 그 단어는 그가 만든 게 아니란다. 미국인이 쓰는 영어에 이런 단어가 있댄다. 밖에서 활동을 적게하고 집에서만 뒹굴뒹굴해서 소파 위의 감자라고 표현하나보다. 맞다. 남편 말대로 난 나도 모르게 소파위 감자가 되어있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한국은 대부분의 상점이나 식당을 열었지만 이 곳은 준 락다운 상태여서, 지난 일년간 내가 주로 간 곳은 슈퍼마켓이고,식당 음식도 투고to go로 주문해서 집으로 가져가 먹었다. 그리고 올해 4월에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다. 모더나였고, 일차 이차 접종때 모두 약 48시간은 좀 몸살기가 있었다. 그래서 백신 약이 어서 빨리 몸에 흡수되게 하려고 게토레이를 많이 마셨다. 이틀이 지나니 몸살기가 싹 가셨다. 그리고 이번에 근 일년만에 비행기타는 여행을 갔고 지금은 여행의 중반을 넘었다. 이 글에서는 여행 정보 보다 그 감회를 써 보고 싶다.
여행지에서 본 낯선 사람들은 길에서건 식당에서건 공항에서건 모두 신이 나 있었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주에선 백신을 이차까지 접종완료 했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해서, 야외 동물원의 경우, 날씨가 덥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 나는 슈퍼마켓이나 공항같은 실내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만 야외에선 벗었다. 심지어 오늘은 그 단단하고 예쁘게 바닥에 붙여 놓은 ‘6 feet distance’ 육피트 거리유지 스티커도 손으로 직접 떼어내는 식당 직원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말그대로 미국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자신감
여행 초반에 나는 살짝 심리적으로 웅크려졌다. 남편에 바해 더 살이 찐 것 같았고, 미용실에 가지 않아 뭔가 ‘촌년스러움’이 뭍어나는 것 같았다. 미국 소도시에 살면 마음도 소심해지는 걸까. 남편은 농담으로 ‘동굴에서의 긴수면 hibernation’시기가 끝났다고 했다. 하긴 지난 일년동안 한 두명을 제외하곤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최근에는 100% 재택 근무에서 40%는 직장에 출근했다. 그러면서 동료들과 나의 옷차림에 스스로 비교를 하고 있었다. 단정하되 편안한 복장이 일에서 일순위라고 생각하는 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내겐 일종의 일/여행 복장 컴플렉스가 있나보다. 뭔가 있어보이고, 좀 더 잘 나 보여야하고, 그래야 상대방이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있는가 하면 또 동시에 그 새벽에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시멘트 바닥을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걸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발이 아프다. 여행지에서도 그런 자격지심이 조금 생기려고 했으나 그냥 잊기로 했다. 그런데 코로나로인해 집에만 있고,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던 나같은 사람들이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니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보인다. 우선은 타인의 시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내 시선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은 무엇을 하든지간에, 어떤 옷을 입든지간에 나의 단단한 자신감을 꼭 챙길것.
#코로나가 지나가도 남기고 싶은것
코로나 기간동안, 그렇게 혼자서 움츠려 지내는 시기가 있어서 그 시간에 나는 혼자서 더 생각을 많이 그리고 깊게 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들이야말로 내공을 쌓는 ‘도닦는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오히려 좋았다. 나 자신에게 침잠해서 지난 시간들을 홀로 되돌아 보았고, 일기도 많이 썼다. 일기는 내가 좀 더 인간다워지는, 정제되지 않은 나 자신이다. 알맹이고 알몸같은 것. 그래서 일기가 있어야 스스로의 삶이 정리된다. 브런치는 내게 일종의 ‘반은 일기이고 반은 소통창구’다. 나는 한국어로 내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수있다. 혹시라도 독자인 당신이 ‘이민’에 관심있고, 다른 나라에서 사는것이 어떤 모습인지 그 겉과 속을 알고 싶다면 내 글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어쨌거나 코로나가 지나가도 이렇게 일기와 브런치쓰기를 통해 나와 소통하고 세상과 글로 소통하는 일을 지속할것이다.
#코로나가 끝났으니 이제 헤어져야 할 것
코로나는 이 곳 캘리포니아에선 거의 종식 선언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맞다. 나도 다음주부터는 매일 출근이다. 출근의 장점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인 내가 좀더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겠지.
출근의 장점은 에너지를 더 쓴다는 것이며, 나는 일에서 점심을 해결할때 훨씬 건강하게 먹는다. 그 점을 활용하여 이제 혼자 오랫동안 집에서 소파 감자가 되어 있는 시간들과는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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