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산, 외양 언급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해 생각을 하기보다, 이 언어로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다만 내 직업이 이 언어 자체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잘 익히게 할 것인가가 되다보니 어느새 나는 수업 시간에 딱딱한 번역 기기가 되어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어떤 생명체같은 것, 반짝거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 반짝거림은 내가 아닌 학생들의 입과 머리와 마음에서 나온다. 그러니 선생인 나는 facilitator 안내자이다. 그것도 ‘나를 따르라!’식의 안내자가 아닌, 길 옆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뭔가를 가리키고 있는자이다. 그 길의 주인은 학생이요, 그 길을 두 다리로 열심히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도 학생이다.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한국어 수업시간에서의 그 반짝이는 순간에 대해 기록해 보고자한다. 수업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순간들, 그것은 나의 가르치는 아이디어가 학생들과 잘 맞아서 시너지 효과를 낸 순간이기도 하고, 혹은 교사인 나는 전혀 생각치 못했는데 이 신통방통한 비한국인 학생들의 머리에서 나온 새로운 생각이기도 하다. 혹은 이를 문화적 충돌이 일어나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청소년
어느날 내가 학생에게 물었다.
청소년. 자, 이거 무슨 뜻이에요?
학생의 답: 청소. 클리닝. 년 어어즈 years.
그 순간은 웃었지만, 이 광경을 들은 경력자 분의 대답:
그래도 기특하네. 어쨌든 이해하려고 노력한거 아니냐……
이 말도 참 맞다.
#자산
단어 ‘자산’을 가르치는 시간. 나는 최대한 한국어만 쓰려고 “자산=재산=부” 이렇게 칠판에 썼다.
한 학생이 말하기를: 자는 셀프. 자기, 자신… 산은 마운틴…
오우, 또 신조어가 생길 판이다.
#외양언급
한번은 실제 한국 뉴스에서 정치인과 앵커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들려 주었다.
앵커: 국회의원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국회의원 당선인: (쉰 목소리로) 아, 네. 감사합니다.
앵커: 아, 지금 의원님, 목소리가 쉬셨네요.
당선인: 네.
앵커: 그럼 앞으로도 우리 국민을 위해 애써주시기 바랍니다.
이 자료를 듣더니 대뜸 한 학생이 묻는다. 선생님 이거 진짜 인터뷰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진짜 인터뷰지요. 왜요? 아니 왜,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목소리가 쉬었냐는 질문을 왜 해요? 이 말이 바로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아,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외양에 대한 언급이 비한국인에게는 너무도 ‘정치인으로의 당선’ 이라는 전체 맥락과 동떨어져 보이나보다. 나는 잽싸게 당혹감을 멈추고 설명한다. in that case, Korean people have tendency to tell about others appearance including voice that is because Korean people want to show that they care other people. That is one way of expressing ‘I care about you’. 한국인들은 타인에 대한 관심, ‘내가 당신을 케어한다.’는 한 제스쳐로 목소리를 포함한 외양은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회자가 국회의원의 쉰 목소리를 이야기 한거다. 그랬더니 학생이 나름의 반대 예를 들었다. “선생님, 그러면 이렇게 말해도 되요? 당선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대머리군요. by the way, you are bald”
그러니까 외양: 목소리, 머리, 몸무게와 같은 외모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미국사회에서는 아주 무례한 행동이니까, 여전히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힘든 표정이다. 이 부분에서 어떤 챙챙! 하는 두 문화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실린 글의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조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