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휴식
맞다. 삼일 연속의 휴가가 주어졌다. 그런데 첫날 토요일은 후회스럽게 보냈다. 집밖으로 나간 게 고작 도서관이었고, 그 곳에서 뭔가 소설이란 걸 써 보겠다고 노트북을 들고, 꾸역꾸역 뭔가 생각이란 걸 해 보려고 했으나, 점점 내 자신은 작아져만 갔다. 소설이란 건 눈치 안보고 구라를 마구 쳐도 되는, 그런 것들이 무한정 허락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실과 기억과 허구 사이에서 갈길을 잃은 사람처럼 마구 헤메었다. 일단 분량이라도 채워 보자는 심정이었지만, 도서관에서 시간이 갈수록 내 글의 분량은 원래 에이 포 열 장이었으나, 깎이고 또 깎였다. 두 주 안으로 한 편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절망감, 괴로움, 자격지심 같은 것들이 털뭉치처럼 엉켜서 내 앞에 이리 저리 뒹구는것만 같았다. 젠장할……
분명히 나는 창작을 하기에 최상의 상태에 있었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퇴근해서 도서관에 가면 굶주림에 헉헉대고, 그 와중에 시월에 3일의 휴가라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다. 또 식구들과 떨어져 있어서 그만큼 나 자신에게 충실할 수있는 여유를 얻었음에도 뭔가가 석연치가 않았다. 그건 어쩔수 없는 나홀로라는 외로움, 고독감, 그리고 소설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원인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이여사처럼 혼자 살아도 자기 관리를 착착하며 집 앞이라도 걸었어야 했는데, 그 산책 한번을 하지 않고 앉아 있거나 누워서 하루를 흘려보냈다.
오늘은 일요일. 오늘 만큼은 어제처럼 똥물에 흘려 보내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어제는 하루종일 너무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고, 글쓴다고 괴로워하기만 하고, 우울하고 쳐졌다. 나의 유일한 친구에게 SOS를 쳐서 ‘월요일 말고 일요일에 볼래?’라고 할까 하다가도 그것도 조금은 지존심에 스크레치가 되었다. 그친구가 나의 에스오에스를 ‘오죽 친구가 없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홀로 등산을 왔다. 장장 두 시간을 쉬다가 걷다가 했더니 외로움은 가시고 살짝 땀이 났다. 조금씩 새로운 걸 해 봐야 하기에, 이 곳에 수십번을 왔을텐데 오늘은 이전에 가보지 않은 트레일도 추가해서 평소보다 더 길게 걸었다. 야호! 어제의 꿀꿀함은 말끔히 가셨다.
그리고 이 곳에 와서 삼불을 내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안 써지는 내 소설 고민은 적게 하고, 오늘 온라인으로 읽기 모임할 책 김중혁의 ‘스마일’을 읽고 있다.
시대를 따라가는 작가 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인공지능이 주요 인물이 되고 사람은 또 다른 주인공이며 두 인물의 대화가 한편의 소설이 되더라. 혹은 왼쪽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집에 대한 내 감상은 작가가 무척이나 이야기를 깔끔하게 잘 만든다는 것. 뭔가 베테랑의 손길 같은게 느껴진다. 원고 분량도 못채우고 방향을 못잡아서 징징대는 나와는 좀 차원이 자른 듯. 또한 소재들이 시대의 소재들과 많이 맥을 같이 하더라. 환경, 쓰레기 이야기, 자율주행, 인공지능, 랜섬웨어 공격 등등. 이야기는 시대와 함께 가는 것. 그게 나쁜게 아니다. 또 솔직히 말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내 취향의 소설은 아니지만,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사십이 넘었으니 내 몸을 내가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하면서 먹기로 했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마음이 또 갈 길을 잃으면 기록으로 스스로를 달래고 어루면서 내 길을 가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