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때,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말
어제까지만 해도 좀 정신이 없었다. 아니, 사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
여기에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를 써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몇글자라도 뭔가를 토해내야 내 정신이 맑아질 것 같아서 써 보려고 한다. 사실 나는 늘 일기를 썼다. 그런데 일기는 공유가 안 된다. 공유는 내게 일종의 발화 이기도 하다. '나 여기 살아있어요~'라고 세상에 문을 두드리는 발화.
개미
나의 신상에 파문이 일었다. 그걸 지금 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정리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통해서, 나는 그 일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그 일을 경험하는 나의 상태, 생각,내면 뭐 그런걸 여기에 끄적여 보고 싶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요즘에 문득 문득 혼자 있으면 생각이 자꾸 난다.
-왜 이 일이 나에게 벌어졌을까?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거지? 왠 운명의 장난질? 아니, 내가 뭘 잘못했길래?
뭐 이런 질문들이 불쑥 불쑥 화와 함께 치밀어 오른다. 맞다. 나는 화가 났다. 내가 납득이 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아니, 나한테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자체에 대해서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따져 묻고 싶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운명이라는게 사람의 몸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나는 일종의 SOS를 쳤다. 그나마 내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나마 나와 함께 이 타국에 있는 사람. 그리고 나보다 앞서 경험을 했기에 훨씬 더 깊은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 M이 오늘 해 준 말이다.
-개미들은 그런데요. 개미들이 막, 앞을 가다가, 앞에 갑자기 엄청나게 큰 장애물이 나타나면, 보통 우리 인간들은 그러잖아요.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난거지?' 막 생각을 하지요. 근데요, 개미들은 그런 고민을 안 한대요. 개미들은 그냥 큰 장애물이 턱, 나타나면,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우회를 한다고 해요. 열심히.
아, 나는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잡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우회를 할 것.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갔을 것이고, 나의 내면의 상처나 아픔이나 뭐 그런 잡음들이 조금씩 사라져 갈 것이다. 나도 부지런한 개미가 되어야 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일에서도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조금 더 경제 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글쓰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 부지런해 지고 싶어졌다.
돌멩이
이것 역시 위에서 말한 M이 내게 오늘 아침 내게 해 준 말이었다. 요새 며칠간 나는 쉽게 잠을 잘 수 없었다. 시차에 적응 하느라, 한국와 미국의 시차가 많으니까...... 이 부분도 한 요인이다. 그리고 내게 일어난 이 일 때문에 나는 잠에서 쉽게 깨었다. 어쨌든, 그러한 불면의 시간을 지나서, 온라인으로 M과 나는 연결이 되었다. 그러한 연결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나는 M에게 말했다.
-좀 억울한 것 같아요.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 사람이 나한테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랬더니 이런 말을 해줬다.
-그냥 그 사람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뭔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종족, 혹은 그냥 때로는 돌멩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봐요. 그러면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상대방과 내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비슷한 인간이라는 전제를 하면, 자꾸 그런 질문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싱크홀에 빠질 수 있어요.
싱크홀에 빠진다는 건 내 표현이다. 어쨌거나 이 말도 내게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자꾸 나에게 일어난 파문같은 이 일에 대하여, 나도 모르게 자꾸 묻고 또 묻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질문들은 어쩌면 나를 좀먹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돌멩이를 생각하고, 개미들을 생각해야 한다.
허리를 곧게 펼 수 있다면 If you can straight your spine in between your mind and body
오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캘리포니아에서 홀로 하루를 보냈다. 한국에서 한달 가까이를 머물렀고, 나에게 작지 않은 변화가 그 곳에서 발생했고, '아, 나 혼자 미국에 돌아가서 잘 살 수 있으려나, 정신을 잘 붙들고 있을 수 있겠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조금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사람들의 말 때문에 나는 오늘을 감사하게 살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이었다.
내가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이 되려면 루틴이 필요하다.
새벽에 자꾸 깨었고, 다시 아침늦게까지 침대에 있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샤워를 하고, 정갈한 몸으로 핫 요가를 하러 갔다. 안다, 요가를 하고 집에 오면 또 씻어야 하는데, 그래도 그것이 내겐 최선이었다. 요가 동작들은 쉽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헉헉 거리고 있었다. 백인 열댓명으로 가득한 그 방에서 내 가장 왼쪽에 있던 한 백인 언니가 결국에는 내게 눈초리를 주었다. 타인에 대한 적개심같은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쉽게 느껴진다. 아,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구나.
-그만 좀 헉헉대라. 시끄럽다.
그녀의 나에대한 눈빛이 꼭 그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조금 주눅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니. 나는 힘이 드는걸. 나는 그냥 "타인에게 친절해야겠다." 라는 다짐을 해 본다. 저 여자분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는 거니까. 모르는 낯선 사람이 같은 요가방에서 인생이 힘들어서, 요가가 힘들어서 헉헉대는데, 그걸 못참아 주는 것이다.
그래도 요가 선생님은 친절했다. 선생님이 해 준 말 중에 이런 말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If you can straighten up your spine in between your mind and body, you can do anything. Do not chase for love. Love will chase you. Do not chase money, money will chase you. 몸과 마음, 그 경계에 있는 당신의 허리를 잘 세울 수만 있다면, 당신은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사랑을 쫒지 마세요. 사랑이 당신을 쫒을 겁니다. 돈을 쫒지 마세요. 돈이 당신을 쫒을거에요.
그렇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다. 내가 눈이 뒤집어져서, 돈과 사랑에 눈이 멀어서 허덕거리기보다, 내 마음과 몸의 균형을 바로 잡고, 내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사랑과 돈이 꼭 나를 쫒아 오지 않아도, 나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