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의 에너지 분산하는 주말

요가, 등산,나홀로 독서, 새로운 모임

by 달순

해외 혼밥 생활자의 주말은 잘 관리하면 대박이고, 그렇지 않으면 쪽박이다. 이때 ‘잘 관리’한다는 건, 일단 건강관리를 해서 아파 누워있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 남는 에너지로 이런 저런 것들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다. 해외 중소도시에 사는 나로선 이틀 중 하루는 도시를 벗어나서 활동을 하면 좋고, 남은 하루는 내가 사는 도시 안에서 할 것들을 찾아낸다. 토요일을 나는 그렇게 보냈고, 일요일은 조금 멀리와서 등산을 했다. 둘 다 충만한 하루였다. 쪽박인 날을 보내면, 하루종일 꿀꿀하게 보내거나, 심심하다 못해 ‘출근하고 싶다. 일에가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사회적 동물로 기능하고 싶다‘는 또라이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일에서 나는 ’일이 요구하는 내 모습‘을 따라야 하기에, 매우 제한된 내 모습만 보여줄수있는데도 오죽 심심하면 그러겠나 말이다.

그렇기에 이 소중한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려면 나한테 맞는 것들을 찾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 찾아낸 ‘나한테 맞는 운동’은 요가, 등산, 수영, 헬스장에서 무게 치는 운동 정도다.

토요일 아침은 요가로 시간을 보냈다. 나의 애정하는 요가 선생님 레@@. 나는 이 곳에서 거의 육년째 요가를 하는데, 이 선생님은 대장 선생님이시고, 부드럽지만 엄격하시다. 자세가 너어무 이상하면 조용히 와서 교정해주거나 아니면 이름을 부른다. 그녀가 토요일 오전에 내 이름을 불렀고, 그렇게 한번 교정을 받으면 다음부턴 제대로 하게된다. 그래서 스몰토크에 약한 나지만 꼭 그 말을 했다. Thank you for correcting my posture. 그녀는 몸에 군살이 하나도 없고, 나이는 대략 육십대 중반처럼 보인다. 나이는 헛먹는게 아니다. 경험과 연륜이 쌓였기에 이런 선생님들이 현역으로 많이 보이면 좋겠다.

해외에 살면서 크나큰 기쁨 중 하나는 종이로 된 한국어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다는 것. 전자책 형태로라도 한국어 책을 볼수있다는 것에 감사한 게 몇년 전의 일인데, 최근부터는 사치스럽지만 엘에이에 있는 한국어 책 서점에서 책을 주문한다. 올 해 읽은 책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김영민의 ‘한국이란 무엇인가’, 성해나의 ‘혼모노’. 다 좋았다. 토요일 오후는 책을 들고 카페를 찾아 다녔다. 집에선 집중을 잘 못하겠다. 그게 나다. 집에선 책을 잘 못읽는 사람. 이제 마흔이 넘으니 그냥 ‘생긴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게 좋다. 그런 나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취하면 된다. 카페에서 두쫀쿠를 연상케하는 피스타치오 빵을 한조각 먹었다. 사실 카페가 좀 약간 지나치게 시끄러운 탓에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집에 오면서 그동안 먹고 싶어서 별렀던 치킨을 샀는데, 치킨은 치킨이었으나 그 맛이 그냥 그러저러 했다.

일요일. 아 이 날, 또 아무와도 직접 대화하지 않는데, 이 막막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온라인 모임에서 등산 소식을 접했다. 여덟시에 모이고 구마일을 걷는다 한다. 십사키로다. 뭔가 빡세 보였지만, 일찍 일어나서 갔다오면 하루가 금방 가겠지 싶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온 집안에 냄새를 피우며 다음 주에 먹을 밥을 준비했다. 동태전을 만들고, 흰쌀을 물에 불리고, 카레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여섯시였다. 그리하여 안개와 어둠을 뚫고 운전을 한시간 이십분 정도했다.

빈 속에 등산을 했다. 분명 시작은 우리 등산 모임 사람들과 한 것같은데, 어느 순간 나는 오직 중국어만 하는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었다. 꼭대기에 올라갈 때 까지도 내가 남의 그룹에 속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일단 처음부터 무지하게 오르막이었다. 처음 한시간은 속으로 ‘아, 그만두고 싶다, 아 내려갈래. 아, 반장은 어디있나?, 아,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계속 중국어만 해 대는 것인가?’ 이러면서 번뇌의 등산을 했다. 물을 계속 마셨고, 오직 땅만 보면서 걸었다. 이 한 걸음, 한 걸음만 보고 걷자….. 그리고 또 바람은 어찌나 그렇게 불던지…… 그래도 어찌저찌하여 정상에 도착했더니, 아니 글쎄 반장 토막스씨를 포함해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물었다. 나와 함께 등반한 그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도 우리 그룹 사람 아니야?” 반장은 고개를 저었다. 앗 정말 아니라고?! 이런! 나는 중국어만 하는 그들에게 가서, I thought that you are my group. I am so sorry. But thank you so much for hiking with me.

대화다운 대화는 못 했지만, 그래도 당신네 그룹에 끼어서라도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넘 고마웠소! 그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We are glad that you made it! 이렇게 말해줘서 참 고맙더라!

그 등산모임에서 온 몸이 땀에 젖고, 먹은 건 오이 한개, 사과 한 알, 프로틴 스낵바, 구운 계란 한 알, 그리고 상당한 물이었다. 그리고 내게 익숙한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장을 보기 전에 배가 너어무 고파서 해물 간짜장을 시켜 먹었다. 장을 보고 새로운 모임에 가서 사람들과 한국어 수다를 떨면서 에 글을 쓰고 있다. 꺄호, 확실히 나는 외향적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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