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학교 유치반 4일째 기록
미국 공립학교 유치반에서 협조 교사로 일한 지 나흘째의 기록이다.
#5세 아이, 분노의 주먹을 날리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삼일은 첫 주였고, 오늘은 둘째 주 첫날이었다. 오늘이야 말로 아이들이 자신들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한 아이 (그를 디D 학생이라 부르겠다.)는 화가 났는지, 5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양 주먹으로 내 배 아랫부분을 가격했다. 화가 나서 때린 주먹질이라 그런지 아팠다. 유치원생 '디'는 놀라울 정도로 교사및 어른의 말을 무시했다. 무슨 말만하면 노! 노! 싫다 싫어를 외치며 교실 여기 저기를 다니고 이것 저것을 만지고 심지어는 학교 여기 저기를 뛰어 다녔다. '디'의 형 역시 이 학교에 다닌다. 그 역시 어렸을 적에 상당한 말썽꾸러기였다고 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이 아이 '디'를 쫒아 다니느라 학교 구석 구석을 덕분에 구경하게 되었다. 한 번도 안 가봤던 다른 쪽 놀이터도 보게 되었다. 오전에 내게 주먹을 날린 후 나중에 '디'는 내게 사과를 했다. 그 후로 나는 '디'가 화가 나는가 싶으면 최대한 그 아이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오후가 되어도 '디'의 행동은 바뀌지 않았고, 교장 선생님이 몇 번을 교실에 왔고, 그를 데리고 나가기도 했지만 화가 나면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어느 순간에 뭔가가 날라온다 싶었는데, 교실 저 편에서 화가 난 '디'는 책상 위에 잘 정리되어 놓여있던 아이용 가위를 세 개나 던져댔다. 다행히 아무도 맞지 않았다. 나는 너무도 놀랐다. 아니, 아무리 애들이 말을 안듣고 그런다 해도 가위가 교실에 날아 다니는 풍경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22년 베테랑 교사인 담임 교사는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확실히 경험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그 후로 이 아이는 하교할 때까지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화...... 화가 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 '유'는 정말로 분노 조절 장애가 있다고 판명이 되었는지, 특수 교사가 와서 그와 놀아주고, 행동 치료를 하러 자신의 교실에 데리러 가기도 했다. 이 아이 '유'는 주로 담임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딴짓을 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온 몸을 부르르 떨고, 두 손에 주먹을 쥐고, 얼굴을 온갖주름을 써 가며 찌푸렸고, 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 아이 '유'역시 화가 나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은 집어던지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기 일쑤였다. 하교 종이 울리기 십분 전, '유'의 분노가 폭발하여 어쩔 수 없이 이 아이의 두 다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대체 교사를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최대한 아이들과 신체 접촉을 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치반 아이들 중 일부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에 대한 인식이 없이, 자신의 모든 체중을 내게 기대는 아이들도 있다. 특수 교사는 화가 난 '유'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혼자 버거워서 내게 도와달라고 했다. 화가 난 유. 그리고 그 화를 온 몸으로 표출하는 아이. 화가 났을 때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는 힘. 이걸 유치원생한테는 어떻게 가르칠까? 성인에게도 화 다스리는 법은 쉽지 않다. 그 밖에도 '알'아이도 있다. '알'은 어찌나 자존심이 센 지 내가 뭐 좀 하라고 하면 '나한테 말하지 마세요. 나도 알고 있어요!' 라고 눈을 흘기며 대꾸한다. '알'은 모든 집중을 받기 위해 일부러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운다. '알'은 오늘 과학 시간에 또 화가 나서 바닥에 누워 양 다리를 올리고 책상 안에 들어가 두 발로 책상 아래를 마구 쳐 댔다. 다시, 교장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대체 교사 트레이닝을 갔었고, 나는 매일 한 학교에서 일하는 게 편했기에 유치반에 협조 교사로 일하기로 했다. 한달간의 일이 될 것이다. 이 학교를 배정 받았을 때, 코디네이터가 한 말이 기억난다. 그 학교는 가장 터프한 학교 2위입니다. 이 말의 실제적 풍경은 아마도 내가 위에 묘사한 아이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많다는 뜻일터.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이 어떤 환경과 배경에서 자라는 지 알지 못하기에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 그래도 정말 이상적인 것은 집에서 가정 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익히고 교실에 와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건가. 미국의 공립학교 교실이 모두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인 이 현실을 보면 놀라운 면이기도 하다.
#내일은 더 나아지기를!
월요일은 참으로 쉽지 않았다. 5살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에 있는 동안 어떨 때는 정말로 내 육체와 정신이 분리될 때가 있다. 내일은 지금까지 갔던 교실 옆 교실에 가게 되었다.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겠지만, 큰 무리없이 잘 해내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