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지 말 것

미국 공립 초등학교 유치반 2주 - 8일차

by 달순

#손 대지 마시오!

5세 아동 비B를 전담해서 맡게 되었다. 엊그제 오후부터 오늘이 총 삼일째 였다. 첫 날은 오후부터 시작을 했고, 어제는 천사처럼 행동을 해서 큰 문제가 없었다. '비'의 담임 교사, 교생, 보조교사 (Pera) 모두가 입모아 하는 말이 '비'는 정말 잘 달리고, 교실을 잘 빠져나간다는 것. 어제까지는 그런 행동이 없었다. 오늘 오전까지만해도 그런 일은 없었다. 비는 아스퍼거와 어티즘 Autism 자폐 성향이 있다고 했다. 삼일동안 관찰한 결과, 비는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건들이 색깔별로 정리가 되어 있는것을 좋아하며, 아주 미세한 것까지도 자신의 의도대로 되어야 한다. 예컨데 영문자 B위에 풀을 붙이고, 그 위에 콩알을 올려놓는 놀이 학습을 하는데 첫번째 글자에는 모두 붉은 콩만 올려야 하고, 두 번째 글자에는 모두 흰콩만 올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이런 일로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진짜로 비B가 뿔대가 나서 교실을 뛰쳐 나간 이유는 두 가지 사건의 연속이었다. 사건이라 부르기도 조금 어색한 그 첫번째 일은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쓸 때 벌여졌다. 담임 교사가 모든 아이들에게 작은 화이트 보드를 나눠주고, 그 위에 마커marker로 영어 대문자 B(Capital letter B)와 소문자 b(lower case b)를 쓰게 했다. 한 아이의 마커가 누군가에 의해 너무도 꾹꾹 누른탓에 잘 써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커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비B'였다. 담임 교사는 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 그 마커는 '비B'가 그랬으니까, '비B'가 써야해요." 하면서 '비'가 갖고있던 멀쩡한 마커와 다른 아이의 마커를 바꿨다. 이는 분명히 담임 교사가 아이들에게 물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적 순간이었다. 그랬더니 으아앙! 소리를 내면서 싫은 내색을 확실히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겨우 어루고 달래어 다시 카펫으로 오게 한 지 5분이 지났을 무렵, 다른 아이가 '비'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랬더니 '비'가 또 뒤집어 지면서 이번에는 아주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가버렸다. '비'는 학교 건물 일층을 다 돌고, 이미 2층으로 가 버렸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일층에서 여기 저기를 수색하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지나가던 교사가 '어머, 그 애가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봤어요.'라고 제보해주어서 이층으로 갔다.

때로는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가짜 울음 소리를 내고 또 간간이 웃기도 하는 '비'는 나와 무슨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 같이 굴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다시 일층으로 내려갔다. 내 머릿 속에는 '비야, 제발 건물 밖으로는 나가지 마라' 라는 유일한 생각뿐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 버리면 아동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비'가 일층으로 내려가 복도 끝에 있는 건물 밖으로 향하는 문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내가 재빨리 뛰어 아이를 막았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어깨를 잡고 몇 초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랬더니 당연히 '비'의 목소리는 커지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커녕 더욱더 바닥으로 나뒹굴며 소리를 지르고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용을 썼다. 그때, 지나가던 한 교사가 내게 단단한 목소리로 묻는다. "잠깐만요. 당신, 안전 트레이닝 받았어요? 당신 누구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도 단호하고, 나를 보는 눈빛이 경찰스러워, 순식간에 내 기분도 살짝 상했다. 난 내 아이디를 보여주며 "전 대체 교사인데요." 그러자 그녀는 '비'의 울음소리를 듣고 교실에서 나온 다른 교사와 대화를 한다.

잠시 후, 또다른 교사 D가 '비'를 담임 교사실에서 맞이한다. 이 교사를 디D라 부르자. 교사 '디'가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는 아이 '비'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녀 역시 나처럼 아이의 행동을 차분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아이의 어깨를 잡은 것이다. 그랬더니 비의 주먹이 '디'의 얼굴로 날아갔다. 퍽. 5세 아이의 작은 주먹이긴 했지만, 용납은 절대 안된다. 그녀는 내게 교장을 불러달라고 했고, 나는 교장을 불러 함께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머릿 속에는 복도에서 내게 심문을 하던 여자의 목소리가 웅웅거렸다. 나는 그녀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지만, 뭔가 큰 죄를 지은 것처럼 그녀가 나를 대했다. '나, 엄청 뭐 잘못한거 아니야? 나, 여기서 잘리는거야???'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의 몸에 내 손끝 하나라도 닿으면 안된다는 것. 분명히 대체 교사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었는데, 왜 그 말이 내 머릿속에 제1순위로 다가오지 않았던걸까? 내가 아이 '비'를 두 손으로 저지하는 것은 (아무리 내 판단으로 아동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것 같아서 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이는)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실수를 통해 배웠다. 5세 아동들은 자신의 몸을 전부 내게 기대거나, 내 몸을 마구 터치하기도 하는데, 앞으로는 무조건 아동들과 나 사이에 1미터의 간격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처럼 아동들이 교실 밖을 뛰쳐나가거나 심지어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간다해도, 내가 그 아동의 날뜀, 뛰어다님, 도망을 막기 위해 아동을 잡으면 안된다. 월요일에 다시 출근할 때, 아이디를 목에 걸면서 이 문구만 생각하며 출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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