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순 Feb 24. 2019

"Educated"

심심하고 야생스러운 이민 생활의 버팀목: 책 

#게을러지는 것은 편안해 진다는 것인가?

    결혼 이민으로 미국에 오고나서, 그렇게도 노래를 불렀던 연방 공무원 자리에 안착한 지 사 개월이 되어 간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엔 너무도 긴장했는데, 인간의 마음은 어찌나 이리도 간사한지, 이제는 적응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초심의 마음이 겨울 눈 녹듯이 없어져 버렸다. 그 간절함은 온데 간데 없고, 또 다시 심심해서 손가락 돌리는 일이 시작되었다. 내 에너지의 원천. 그래도 뭐라도 해 보자하는 심정. 그 마음으로 이 곳에서 학사 학위를 땄고, 공무원의 세계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연방 공무원 일은 현재로선 파트 타임, 주 25시간 일한다. 하루에 딱 다섯시간.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적어도 3시간은 있는데, 이 소중한 세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일이 너무도 많다. 집에서 강아지와 낮잠을 자기도 했고, 배가 그다지 고프지도 않으면서 뭔가를 쩝쩝거리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같은 일들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파트 타임이라고 해도 일은 일이기에 출퇴근을 하고, 그 외에 뭔가를 하려면 내게도 '그외의, 여분의' 에너지와 내부 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고 나를 자책하는 것은 어리석다. 다만 내 안에 있는 이 '한국형' 기질. 그냥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마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은 강박은 한국땅을 떠났지만, 내 몸 어딘가 깊이 새겨져 있나보다. 그렇게 나는 편하게 쉬지를 못하고 또 뭔가를 하고 싶어서 꿈틀거린다. 

이미지 출처: Amazon.com


#그래도 혼자 끙끙대기

    그래도 혼자 끙끙대며 미국땅에서 영어를 한자라도 더 하고 싶은 노력은 전자책 킨들과 오디블 구매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최근 읽고 있는 책은 Educated이다. 이 책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었다. 서점가에 갈 때마다 몇 개월째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떡하니 이 두꺼운 책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가득한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Educated? 교육받음? 제목이 되게 단순한거 아니야? 흠.... 무슨 내용일까? 혹시 제3세계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자란 유색인종 아이가 이 미국땅에 와서 교육 받아서 위대한 사람이 되었다는 그런 아메리칸 드림 이야기인가?" 나의 선입견과 편견은 이렇게도 구닥다리, 낡고도 진부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서점가에서 일등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말 아닐까? 그 책을 보았을 때는 제목이 주는 내가 만든 선입견과 그 엄청난 두께 때문에 사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그냥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 대신 오디블Audible 로 이 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한 노력해서 다시 Kindle로 읽는 중이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오 마이 갓!' 세상에나 만상에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나는 이래서 메무아 Memoir 가 좋다. 실화. 저자가 직접 자신이 겪은 생생한 기억을 문장으로 적어나간 것이 이 책이다. 만약, 내가 미국에 오기 전 이 책을 접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교육받은:Educated 

    이 책을 다 끝내려면 한참은 걸릴 것이다. 삼분의 일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감상은 미국의 다양함은 극한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극도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내 또래로 보이는 이 저자는 담담하게 자신의 유년시절을 이야기 하는데, 우선 배경은 아이다호다. 나도 가 보진 않았다. 책에서 묘사하는 바에 따르면 한국 강원도의 수십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땅과 산에 띄엄띄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시골 중에서도 '두메산골' 정도 되는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 Tara Westover 그녀는 출생 신고 서류가 없다. 그녀의 형제 자매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홈스쿨링'이라고 말만 하고 대부분은 아버지의 노동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저자의 고향 아이다호 주 Bucks Peak / 이미지 출처: Google Maps


 #몰몬 생존자 

아직 이 책을 다 끝내지 않았고, 이 책을 내 뇌가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의 감상은 그러하다. 미국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 학교, 정부를 불신하는 아버지의 가치관으로 인해 저자는 보통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신체의 일부를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해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회 무대에서 춤을 추기는 했지만 최대한 몸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춤동작에도 한계를 스스로 그었다. 저자의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결혼하여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상과 단절하는 삶을 산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운전 면허증 갱신을 하지 않는다. 세상 종말론을 믿고 99에서 00으로 해가 넘어가는 이천년이 되면 세상이 망할 것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는 아버지. 사실 나는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저자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유투브 검색을 했더니,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미국 백인 여성이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는 판단 불가능하다. 저 사람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스스로 말하지 않는이상 판단할 수가 없다. 그런데 미국에선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말한다. 

https://youtu.be/1kgVliaMrXQ

시엔엔 뉴스룸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 Tara Westover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20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