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로그] 찌질함은 진화한다

#캘리에세이

by 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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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백수 딸에게 궁금한게 많다.


백수의 기분이 평온한 날의 대화는 위트가 넘치지만 찌질함 지수가 높은 날은 까칠한 대답이 돌아온다.


우울한 날엔 투명해지고 싶다거나 인간의 머리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편할텐데라는 상상을 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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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딸을 열심히 탐색하는 엄마와 대화를 하다 문득 내가 쓴 글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평소 같았다면 상상도 못했을일인데 왠일이람? 뭐 가끔 이런날도 있는 법이다.


고르고 골라 최근 글쓰기 모임에서 칭찬 받은 글을 무심한듯 쓰-윽 건네주었다. 당연히 좋을거라 예상했던 엄마의 반응은 예상 밖이어서 당황스러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하고 섭섭했다.


나는 왜 당연히 칭찬받을거라 생각했을까? 오만한 놈 같으니라고. 심지어 속도 좁아 표정 관리는 커녕 상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아끼는 사람의 비판을 건설적인 조언으로 받아들이지못하고 어찌 이리 소인배처럼 구는걸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꾸리함을 마주한 순간.


저녁에 약속이 있어 전철역에서 엄마를 배웅하는데 엄마 얼굴에 그득한 미안함, 어색함이 섞인 미소. 엄마에게도 저런 표정이 있구나. 너무 낯설다. 엄마를 불편하게하다니. 뒤늦게 미안함이 밀려왔다. 항상 행동과 말이 먼저나오고 판단과 생각이 뒤따르니 화를 당한다.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근래의 나를 차분히 돌이켜봤다.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의 나.

자꾸만 타인에게 괜찮다고 확인받고 싶은 나. 좋은 말만 듣고 싶은 나.

마음이 혼란스러워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

욕심부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제대로 하고있지 못하는 나.

확신하지 못하는 나.

나도 잘 모르겠는 나.

낯설게 느껴지는 나.

믿음이 가지 않는 나.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나.

탁월해지고 싶은 나.

타인의 재능을 질투하는 나.

끊임없이 변하는 나.

게으름을 피우는 나.

호불호가 강한 나.


예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가사가 팍팍 와닿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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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피드백에, 글을 더 열심히 써야지라고 마음을 다잡기보다는 엄마는 자식 양육팁이 적혀진 책을 읽고 배워야해라고 생각하다니. 돌이켜보니 찌질함은 한계를 모르고 꾸준히 진화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전부 사랑스러울수는 없는 법이다. 듣고 싶은 말을 강요하지말자.


인간의 취약함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오늘도 나의 한계를 확장하였구나.


내 입에 제동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찌질함에 이불킥하는 일이 없도록

아차싶은 일은 다 막아주는

그런 제동장치


옴마니반메훔-


글/캘리그라피 * 어메

사진출처* Pics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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