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에세이
명상을 다녀와서 엄마와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
사실 예전에도 나쁜 모녀사이는 아니었으나 사소한 가치관의 차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곤 했었다. 돌아서서 후회하였으나, 사소한 갈등은 깊은 마음의 뿌리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시 부딪히고 상처주는 것의 반복이었다.
요즘은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도대체 왜저러는거지?'라고 나의 생각으로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아 엄마는 저렇구나- 나랑은 다르지만 틀린게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을 거스르지 않으니 관계가 물 흐르듯 편안해졌다.
자아의 강도를 낮추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며칠 전 산책을 하며, 엄마가 말했다.
"요즘 혜령이 너가 엄마한테 잘해줘서 너무 행복해. 예전엔 이해 못하겠다며 짜증을 냈었는데, 요즘은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너무 좋아."
그때의 나는 여유가 없고 날카로웠나보다. 사실 알게모르게 날카로운 언어의 칼날을 휘두르곤 했던것 같다.
엄마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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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아직 내 삶을 온전히 스스로 책임질 수는 없기에
백수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방안에 혼자 고요히 있으면 이런 저런 생각이 덮치는데, 요즘은 주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곤한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오히려 답이 멀어지는것 같다.
무엇이 두렵고 뭘 어떻게 바꾸고 싶은걸까?
사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데 말이다.
적게 벌어 아껴쓰고, 최소한의 것들로 자족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무엇보다 값지게 느껴진다.
불안과 갈망은 인간을 병들게 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일까지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욕심을 덜어내고, 덜어낸 공간에 배려와 사랑을 가득 채워 살아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쫓아가는 것들이 나에게는 답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툴지만 나만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
대안적 삶이 될거라는 거대한 포부보다는, 하루하루가 소소하고 충만할거라는 확신으로 지금의 삶의 방식을 씩씩하게 이어가고싶다.
앞으로의 길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욕심부리기보단 덜어내며 살기를.
글/캘리그라피 * 어메
사진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