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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매거진 #20] 사회적 거리두기

#자발적백수라이프

by 달숲

**주인장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한 글입니다. 뒤로 갈수록 제목과 상관없는 잡스런 이야기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며 생긴 변화 중 하나는 뉴스 시청 시간이 꽤 늘었다는 점. 리모컨 절대권력자 어머니께서 기상과 동시에 뉴스를 틀어놓으시기에 거실 소파에서 꼼지락거리면서 빈둥거리려면 무조건 뉴스를 시청해야한다. 그나마 여러 뉴스채널을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랄까.


요 며칠 전부터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 라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란 집 밖을 나가지 않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 시켜 코로나 확산을 막자는 취지로 시작된 캠페인이라 한다. 지난주부터 용돈벌이로하던 모든 일들을 스탑했으니 이정도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미 시작하고 있었던 셈. 무언가 얼리어답터가 된 느낌적인 느낌이다.

심리테스트를 해도 집콕방콕에 특화된 사람으로 나오는 주인장인지라 당연히 심리적인 답답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집에만 있는것이 쉬운것이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니 몸이 베베꼬이기 시작하며 나가서 산책도 하고싶고, 공연히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싶기도하고 혼자서 북치고장구치고하며 해오던 모든 외부 활동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훌륭했다고 해야할까.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최선을 다해 외면했던 일들을 시간이 넘쳐흐르는 기회를 틈타 하나하나 도전해보았다. 묵은 일거리들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뿌듯뿌듯.


그 중 하나가 <스페인어 공부하기>였는데 시기적절하게 평소에 다니던 어학원에서 코로나로 오프라인 수업에 차질이 생겼다며 '온라인 1달 무료 프리패스 수강권'을 주는 바람에 바로 시작할 수 있게되었다. 아니 이런 행운이? 오늘로 7강째 듣고 있는데 한 달이 가기전에 모든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영어공부시간을 더 길게 사용할 수 있게되어 딥러닝을 할 수 있어 좋다. 평소에는 독해, 낭독하고 녹음하는 것에 그쳤다면, 집에 있는 시간을 활용하여 <영어문장을 한글>로 번역하고,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훈련>을 하고있는데 꽤 많은 도움이 된다. 이 훈련은 앞으로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틈틈이 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여러가지 언어를 동시에 공부하기는 생각만큼 엉망진창이진 않았다. 예전에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스페인어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때 아니면 도대체 언제? 생각났을때 바로 시작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냥 일단 시작한다. 해나가면서 이건 아니지 싶은 부분들은 조정해나가면 된다. 시행착오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우는 법. 실패에서 배움의 정수가 나오는구나 싶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결심한 김에 <중국어>도 조금씩 공부하기로 했다. 나름 중국어를 오래 배웠는데 안쓰고 있는것이 아쉬워서 EBS에서 나오는 '포켓 중국어'를 통해 조금씩 단어와 표현을 습득하고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 범위에서 작은 분량이지만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공부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 '언어'는 '음악'만큼 매력있는 분야이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알고싶고,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순수한 즐거움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동안 더 다양한 언어를 배우지 않을까싶다.

내 삶의 또다른 즐거움이었던 기타는 당분간은 안녕이다.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려했는데 갑자기 휴강이라니- 아쉽다. 그래도 다시 수업 재개할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연습해야지!

작년 크리스마스에 캐나다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가 한달정도 지나서야 도착하였다. 한참동안 연락이 없길래 중간에서 공중분해됐겠거니하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잊고있던 어느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맑은 토론토의 하늘과 잘 어울리는 귀여운 하늘색 편지지. 편지를 쓸 일이 이제는 거의 없지만 해외에 사는 친구들에게 이따금 편지를 쓰곤 한다. 손으로 꾸욱꾸욱 눌러가며 진심을 담아내는 시간이 좋다.


그나저나 친구가 답장을 1월달에 했다는데 아직 오지않은걸 보면 아마 그 편지가 공중분해 되었지 싶다.

옛날에는 어르신들이 왜 그렇게 꽃사진을 찍나했는데 요즘 내가 그러고있다.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자연을 볼때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신 카메라에 담아낸다. 우리의 기억이 왜곡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기억이 왜곡상실된다는 것은 좋은걸까 아님 나쁜걸까. 궁금증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어찌되었건 빗물이 마르지 않아 반짝거리는 이파리들은 아름답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 가슴을 띵-울리는 문구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이 사진이 그 중 하나였다. 너그러운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까지하는군요!

약속에 늦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에 늘 여유를 두고 출발하여 왠만해서는 미리 약속장소에 도착해있는 편이다.


이날도 미리 도착하여 주변을 탐색하다 발견한 젤라또 전문점. 저 두가지 맛 아래에 있었던(무려 세가지 맛을 먹었다) 헤이즐넛이 정말 너무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방문해서 헤이즐넛 맛을 큰 사이즈로 먹는 즐거움을 만끽해야지. 아이스크림을 만든 사람은 아마 확실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었을거야.

합정에 언젠가부터 운영하고있던 카페, 씨네마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와 관련된 독특한 카페이다. 사장님이 조용하시지만 온화하시고 매장이 고요하고 깔끔하여 종종 방문했었다. 전반적으로 결이 참 고운 포근한 공간의 드문 카페다.


이 날은 러브레터를 상영했던가. 아, 이곳은 핫초코가 맛있고 커피도 참 맛이 좋다. 사실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장소를 꽉 채우는-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발걸음하게 만드는 이 공간만의 그 뭐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그 무언가가 있다. 막연하겠지만 사실 이 장소가 그러하다(무논리 갑!).


씨네마포의 히든스팟인 조그마한 야외 테라스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근심걱정이 싹 사라진다. 이런 공간을 만든 사람은 반드시 내면에 자신만의 뜻과 꿈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이 날은 상수를 허버허버거리며 다니다가 갑자기 에너지가 뚝 떨어져서 근처의 카페로 들어갔다.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내부의 분위기가 따뜻하고 산뜻해서 기분이 확 좋아졌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노래가 참 좋았다. 네이버뮤직으로 노래 몇 개를 검색하여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해 놓았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손쉽게 획득한 날이면 만선을 안고온 어부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장소를 외웠기에 다음에 코로나가 끝날때즘에 이 곳도 다시 방문해야지.

노트북 배경화면.

환하게 웃고계신 만델라 할아버지 덕분에 아침에 컴퓨터를 켤 때 마다 기분이 좋다.


예전에는 실패하는게 무서웠는데 이제는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

후자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를 평생 안고 살 것임을 알기에.

뚜벅이의 나름 낭만이라 함은 뚜벅뚜벅 걷다가 시야에 들어온 아름다운 하늘에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특히 하늘에 달이 걸려 있으면 왜인지 모르겠으나 무척이나 흐뭇하다. 위안을 받는달까.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도대체 뭘 그렇게 욕심내며 아둥바둥 사는걸까? 오늘도 욕심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을버스를 탔는데 발치에 뭐가 툭 걸려서 흘깃하고 봤더니 앞에 앉아계신 할머니 시장바구니에서 탈출한 무가 데구르르 나에게 굴러왔던 것. 할머니에게 전달드리니 고맙다며 귤을 하나 손에 쥐어주셨다. 울산에 계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음..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이런 생각을 왜 하는건지 모르겠으나 평소의 나는 주구장창 이런 류의 생각을 하곤 한다.


오른쪽은 작년에 찍은 사진 같은데 역시나 한참 뒤에서야 추억 되새김질을 하며 올리고 있다. 길을 걷다 단풍이 이뻐서 낙엽을 하나 주워 찍었는데 사진을 다시 보니 얼른 가을이 오면 좋겠다. 가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 가을의 날씨, 하늘, 풍경 뭐하나 싫은 것 없이 모두 좋다.

역시 작년에 찍은 사진으로 추정.


며칠전부터 일찍 일어나기 위해 9시 30분에 취침하기를 목표로 세워놓고 있는데 실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늘도 블로그를 쓰다보니 또 11시와 12시 사이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


코로나로 이런 저런 일상들이 바뀌었지만 곧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믿는다.

그 전까지 지금 순간들을 알아차리며 현재에 더 존재할 수 있기를-


힘든 시기이지만 모두 힘을 모아 지혜롭고 씩씩하게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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