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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매거진 #24] 지속 가능한 백수보고서 (1)

#자발적백수라이프

by 달숲

많은 직장인들이 퇴사를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행복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승리자마냥 커피를 홀짝이며 여유 부리는 생활도 한두 달이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이내 거대한 불안감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한다.

노예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그간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고통에 비해 너무나도 '짧다'. 그에 비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불안은 대처할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거대하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탈출하는 순간 앞으로의 생존을 책임지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다. 현타가 온다. 게으른 생활을 하며 못 본 척 해왔던 묵직한 현실이 악수하자며 손을 내민다.


할 일은 많은 것 같은데 도통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놀고먹다 보니 머리가 나빠진 걸까. 이 와중에 불안한 마음 따윈 관심 없는 배가 밥 달라고 꼬르륵거린다. 내 위장이 사람이었더라면 눈치 없는 캐릭터로 직장생활 참 잘했을 텐데 싶다. 밥을 대충 휘까닥 먹고 나면 마음은 더 불안해진다. 그간 실컷 놀았던 터라 더 이상 놀 것도 없다. 나만 빼고 다들 바쁘게 사는 것 같다. 모두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나의 입지는 콩알만해진다. 회사는 내 발로 나왔는데 도리어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다. 우울한 생각이 마음을 덮친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백수의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당첨!

그러나 걱정 마시라. 문제가 있다면 해답도 있는 법.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슬기로운 백수 생활을 위한 '백신'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는 '지속 가능한' 백수생활을 가능케하는 '생활습관'을 일컫는다. 만일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며 살 수 있는 넉넉한 잔고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높은 강도의 행복을 꾸준히 느낄 수 있다면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제한된 자원을 갖고 있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며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갖고 있다.


즉, 놀고먹기만 하는 삶이 대다수에게 '장기적인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화려한 파티도 매일 하다 보면 신물이 나는 법이다. 물질에서 오는 행복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몇 번의 퇴사 경험으로 백수 무기력증을 경험한 이후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터득하였다.


결론적으로 출근하지 않는 백수도 출근러와 같은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필요하다. 허탈하지만 그것이 내가 찾은 정답이다. '놀고먹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백수'라는 통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결론이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백수란 지속 가능한 백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불나방처럼 확 타올랐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온돌처럼 은근히 오래가는 웰빙 백수를 꿈꾼다면 주의해서 볼만한 내용이다.


지속 가능한 백수생활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크게 <네 가지>이다.

1. 규칙적인 생활 (기본기를 탄탄하게)
2. 소일거리 만들기 (자아실현)
3. 커뮤니티 가입하기 (소속감)
4. 자존감에 물 주기 (마음건강)


일단 첫 번째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보겠다.


1. 규칙적인 생활 (feat. 나만의 데일리 루틴)

대개 백수라 하면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점을 먹는 모습을 생각하지만 이는 하루를 망치는 나쁜 생활 습관이다. 하루를 잘 활용하여야 나쁜 습관과 생각을 버리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본인에게 잘 맞는 규칙을 찾아 생활하면 좋다. 아침형 인간이 좋다 해서 굳이 새벽에 억지로 일어날 필요도 없고 렌틸콩이 좋다 해서 렌틸콩을 왕창 먹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심신의 활력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늦게 자는 습관으로 일상생활이 삐걱거린다면 그 습관은 고칠 필요가 있다.


아래의 내용은 특별한 일 없다면 최대한 챙기려 하는 나의 생활 습관이다.


취침/기상 시간 통제

식사 잘 챙겨 먹기

매일 꼭 하고 싶은/해야 하는 것들 리스트업 해서 실행

루틴 느슨하지 않게 관리하기


뭔가 읽으면 다 알 것 같은 쉬운 내용인데 생각보다 습관화하기가 쉽지 않은 항목들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을 일상 속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해답은 방향성액션플랜에 있다. 하려는 일들을 구체화, 세분화시키면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실행함에 있어서 부담이 덜하다. 언제든지 시작이 막연할 때에는 생각나는 것을 아무렇게나 메모지에 적어 내려 가는 것을 추천하다. 써내려 가다 보면 방향이 보인다.


1) 취침/기상 시간 통제하기

기상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9시 전에는 일어나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지하는 결심을 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중요한 것은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의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몸, 뇌에 규칙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곧 일정한 생체 리듬이 만들어지고 그 리듬으로 활기찬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생체리듬이 만들어지면 기상 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모닝콜을 세팅하듯 몸과 마음도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세팅'이 필요하다. 취침/기상 시간 통제로 이를 시작할 수 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새벽의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맑아지는 것은 덤이다.


2) 식사 잘 챙겨 먹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처럼 무절제한 식단을 계속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무너진다. 세끼를 다 챙겨 먹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영양소 있는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스레 준비한 건강한 식단을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다. 자신을 살뜰히 잘 챙겨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한동안 입이 심심할 때마다 별생각 없이 과자를 먹었는데 이게 어느덧 습관이 되어 체중이 늘었다. 부정적인 생각 또한 자꾸 올라와서 다시 절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혹이 엄청나지만 조금씩 잘 줄여나가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3) 매일 꼭 하고 싶은/해야 하는 '일' 실행

자, 우리가 회사를 왜 퇴사했는가?


혹시 어딘가 갑갑하고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회의감에 퇴사를 한 경우라면 지금 생활을 잘 돌이켜보아야 한다. 퇴사 이후,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지에 대해.

오늘 하루는 괜찮겠지라는 물렁한 마음으로 지내다가는 하루가 한 주가 되고 한주가 몇 달 되는 건 시간문제다. 결국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 사실 퇴사러는 회사출근러보다 더 부지런해야 한다. 왕창 얻은 자유시간을 다음 목표를 위해 투자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퇴사 후 무엇을 하였는가요?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본인이 하고 싶은 일' 또는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의 경우는 '명상 + 영어공부'가 큰 두 가지 목표였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투자 시간 및 액션플랜을 계획하면 더욱 좋다.


[오전 데일리루틴]

아침 명상 1시간

영어기사 1개 공부 (독해, 단어시험, 신규 표현 학습)

영어 영상 1개 Shadowing (낭독▷녹음▷스터디방에 공유)

일기 쓰기 (모닝페이지)


가끔 점심시간을 넘기기도 하지만 최대한 오후 전에 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혼자 하다 셰도잉 같은 경우는 지인들과 카카오톡을 방을 만들어서 같이 업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2달 전부터는 온라인 스터디를 하시는 분을 알게 되어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확실히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담마 코리아에서 온라인 명상을 하루 2차례 진행하고 있다. 매일 새벽 6시, 밤 9시에 1시간씩 진행되는데 함께 명상하는 도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충만해진다. 하루 2시간씩 나를 돌보는 명상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내고 싶은 루틴이다. 마음속 소란이 사그라들고 부정성이 가라앉는다.


만일 퇴사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성을 상실한 것 같다면 하고 싶은 게 생길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운명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둘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다. 저질러서 후회하는 것보다 저지르지 않아 후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해보고 볼 일이다.


그 후, 큰 방향이 잡히면 매일매일 진행할 작은 성취 목록을 작성하면 된다. 하루 안에 꿈을 이룰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번에 한 발자국씩 차근차근 걸어 나가야 한다.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용기 있게 회사를 그만둔 당신이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신을 믿어주는 것만큼 퇴사자에게 중요한 일도 없다.


4) 루틴 느슨하지 않게 관리하기

루틴이 정착되어 습관이 되면 이때 지루함이라는 복병이 때맞춰 등장한다. 계속 똑같은 것을 하다 보면 지겹고 성취감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이내 방향성을 상실한다. 주변에 함께 키득거릴 동료도 없고 나를 화나게 하는 직장상사도 없다 보니 무한정 늘어지게 된다.


사람 때문에 힘들었는데 사람이 고파지다니 웃긴 일이다. 백수에게는 업무를 감시하거나 사사건건 딴지 걸 직장 상사가 없다. 더욱이 업무 성과를 체크해줄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혼자서 해 나가야 한다. 나의 경우는 시각적 요소나 숫자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엑셀로 표를 정리하여 성과를 관리할 수 있게 파일을 만들었다.

사실 작년에 이렇게 관리하다가 주객전도가 되어버려 오히려 관리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아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 후 생활이 계속 느슨해지는 걸 느껴서 올해 3월부터 다시 시작하여 이어오고 있다. 주말은 제외하고 월~금만 업데이트를 하는데(나름 주 5일 근무), 각 카테고리별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기타 연습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걸로 허허허...


그나저나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 내용은 다음 편에 적어야 할 듯하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예전부터 주변에 퇴사를 하긴 했는데 어떻게 일상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슬럼프가 와서 무력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터라 관련된 글을 남기면 좋을 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작성을 하게 되었다.


누구든지 이 글에 발길이 닿은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급마무리이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편에 더 알찬 내용으로 돌아올게요! : )


To be continued...

2. 소일거리 만들기 (자아실현)

3. 커뮤니티 가입하기 (소속감)

4. 자존감에 물 주기 (마음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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