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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Nov 29. 2021

11월, Seoul

일기장을 뒤적이는 듯한 느낌의 글


오늘은 주절주절 일기장 같은 포스팅입니다.


별거 없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별일 없이 끝나는 글이 될 예정입니다.



내일 비가 올 거라며 엄마는 오늘 기어코 장을 봐야겠다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어서 너도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란 무언의 액션이다.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던 짐꾼 1호는 주섬주섬 점퍼를 주워 입는다. 행동이 재빠른 엄마는 어느덧 옷을 다 갈아입고 요즘 즐겨 쓰는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썼다.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엄마랑 시간을 보내겠나 싶어서 나무늘보처럼 느적느적 준비해본다.


요즘 일이 줄어 자유시간이 많아졌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이니 평소보다 더 여유를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추가 수업을 잡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치열하게 사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지만, 언제 이렇게 엄마와 산책하면서 낄낄거릴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대책 없이 시간이 흐르게 내버려 두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갈대처럼 수천번씩 왔다 갔다 한다. 무책임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물이야 흘러가는 대로 두다 보면 강에 닿고 바다에 닿겠지. 지금은 뭐, 그런 마음가짐이다.


엄마와 느긋하게 오후 산책을 하고 장을 보고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포근한 날도 막바지인 것 같아서  더 걷고 싶었다. 씩씩하게 한강 산책로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걸 억새로 부르던가 갈대라 부르던가.

서식지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고 들었는데


매번 설명을 들을 때마다 '아, 그렇군!'

깨달은 듯하였지만 사실은 척이었고

얼마 안 가 또 까먹는다.


어쩌면 외우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미세먼지가 많은 듯했지만

날이 포근해서 나쁘지만은 않았다.


요즘 브런치를 떠나는 작가님들이 눈에 띄게 보인다.


이별은 늘 아쉽기만 하고-

어떻게 지내실지 이따금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어쩐지 탈퇴한 그 마음 알 것 같기도 하다.


온라인으로 교류하는 사이었지만

그래도 댓글을 통해 오며 가며 나누는 정이 컸는데.


부디 건강히 잘 지내시기를 바랄 뿐이다.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 사진.

우리의 하루도 이렇게 미묘하지만 다르게 흘러가겠지.



귀여운 오리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새끼오리가 세상 너무 깜찍.



자연이 주는 생명의 에너지는 엄청나다.


태양 에너지 만세!

벤치에 앉아 내리쬐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온몸에 켜켜이 쌓인 우울과 외로움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묵은 감정을 훌훌 털어내고

가볍게 다시 내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간만에 홍대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사람들이 많아서 홍대는 아직 만남의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이니 당분간은 만남을 자제해야겠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반갑다. 이렇게 혼란한 세상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단 걸 요즘 들어 자주 말하는 것 같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나타내기 위해 '윤슬'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았던 충격이란!


늘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지 이것을 위한 말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언어란 정교하고 아름답구나.


윤슬을 볼 때마다 화가 고흐의 붓터치가 떠오른다.

캔버스에 일렁이는 낭만적인 색감과 질감들.



햇빛을 받는 건물 군단이 나름 늠름해 보인다.  

여의도 스카이라인.



과외하는 학생네 집에 강아지가 있는데 이날 학부모님이 계시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함께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무릎 위에 앉혔더니 스르르 잠에 들어버리는 이 녀석. 마치 내가 주인이 된듯한 느낌.



윤슬이 고흐의 붓터치 같았다면


많은 순간 하늘은

마크 로스코의 화폭을 옮겨 놓은 것 같다.


마스 로스코가 하늘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 더 맞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 엄마와 부자가 된다면 뭘 하고 싶냐에 대해

우습지만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마크 로스코 그림을 사고 싶다고 했다.


그러려면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하나- 눈알을 굴리다 늘 그렇듯 다른 비생산적인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던 것 같다.



주로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가장 좋아하는 신발은 컨버스이다. 어떤 옷에 신어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어릴 적부터 신어온 브랜드여서 그런지 정이 가고 편안하다.


30대가 되면 엄청난 커리어우먼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캐주얼 우먼이 되어버렸다.


인생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지만

예상 밖의 그것조차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수업 때문에 자주 가는 카페.


항상 저렇게 영화를 틀어놓는데

가끔 좋아하는 영화가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영화에 빠지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영화관에 간지 참 오래되었네.


어차피 요즘 영화산업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러니 뭐 딱히 아쉬워할 것도 없다.



최근 읽기 시작한 책.


이창래 교수의 책인데 한국어판은 '영원한 이방인'으로 번역이 되었다.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난이도가 있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읽어나가는 이유는 원서가 주는 직관적인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려운 것을 꾸역꾸역 해낸 다음에 오는 성취감이 좋다고 해야 할까. 원서를 읽을 때에는 정말로 온 힘을 다해 뇌를 가동해야 해서 좋다. 어색하고 뻑적지근했던 기분이 익숙함으로 다가왔을 때의 상쾌함이란! 성장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밀려온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정복하고 싶은 산이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언어'라는 산을 즐겁게 하이킹하고 싶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그리고 그 언어로 티칭을 하는 것도 모두 즐거움을 주는 행위이다. 그 과정에서 정상까지 오르면 좋고, 뭐 오르지 않아도 즐겁게 산을 타며 풍경을 즐겼으면 그걸로도 감사한 거고. 악다구니 쓰면서 뭘 하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둬볼 작정이다.


그런 마음가짐 치고는 조금 깐깐하게 구는듯하기도 하지만, 언어 공부란 죽는 순간까지 해나갈 일이니 지금의 조바심을 덜어내고 담담한 마음으로 꾸준히 걸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매번 심각한 글만 쓰는 것 같아서

가볍게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성한 오늘의 글. 좋은 시도였는지는 모르겠네요.


심각하게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을 얼렁뚱땅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의 하루에

평안함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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