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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Sep 30. 2022

내 마음이 왜 이러는 걸까요


요즘 통 글을 쓰질 못했다. 불안의 소용돌이에 혼란스러웠다. 불안은 내 마음의 기본값이다. 그리고 이것은 신체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에 스마트폰의 뒤로 가기 버튼을 습관처럼 누른다. 아차 싶어 다시 앞으로 가기를 누른다. 손가락은 정처 없이 화면 위를 헤맨다. 상황이 이렇다면 불안을 주제로 글을 쓸 법도 한데 그것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잘못된 명령어 입력 프로그램처럼 일상이 삐걱거렸다. 


이럴 때,  머릿속엔 정신없이 울어대는 양 떼가 바글거리는 듯하다.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양의 숫자는 늘어난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오늘보다 불안한 내일'이다. 앞서가는 무리를 의심 없이 따라가는 양처럼 나의 마음 불안을 좇는 본능이 있다. 그런 이유로 열심히 양치기 개를 풀어놓아야만 했다. 내일에 닿기 위해. 살기 위해. 힘겨울 때마다 마음을 다 잡 생각을 의도적으로 툭툭 던져놓았다.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좋은 문구를 발견할 때면, 기억해두었다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써 놓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은연중에 지금의 난관을 격파할 수 있는 기운을 받기도 다. 물론 '그래서 어쩌라고'를 구시렁거리며 시니컬하게 반응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라, 괜찮으니 오늘을 보내라',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와 같은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한동안 지내다 가끔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글을 읽기도 했다. '죽음'을 향한 생각이 삶을 나아가게 하기도 하므로. 마음이 울적해질 때, 나는 종종 죽음을 생각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와 같은 다소 클리셰적인 질문을 나 자신에게 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는, 이 질문의 약효가 다하지 않은 듯하다.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도리어 삶에 가까워졌다.  





사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문득 바라본 저녁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음을 고쳐먹는다.


걸음을 옮겨

든든하게 나를 먹인다.

먹자, 그래 뭐라도 먹고 기운을 내자.


말없이 위로를 건네

뜨끈한 식사를 마치고

두둑해진 배로 선선해진 길을 걷는다.


-


의미를 찾으려 할수록

자꾸만 길을 잃는다.


그러니 별 수 있나


의미를 잊고

그 김에 나도 잊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수밖에


한없이 비관적인 나는

자꾸만 무너지는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모순적이게도 숨어있는 작은 긍정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가볍고 명랑해진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게 될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어릴 적 소원을 이뤘는데요, 곤란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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