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숲 Jan 10. 2023

비뚤어진 마음의 고백


우리의 인연은 여기 까진가 봐요.


흰머리가 많아졌다. 듬성듬성 모습을 보이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굉장하구나 싶을 정도로 꽤나 많아졌다. 그런 탓에 자꾸만 거울 앞에서 머리를 뒤적이게 된다. 30대 중반이니 흰머리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려나. 지금의 속도라면 몽블랑처럼 머리가 하얘지는 건 시간문제겠.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은
점심식사를 하다가 대뜸 물었다.


"너는 머리 염색 안 해?"


"응? 나 매달하고 있는데?"


"엉? 너무 자주 하는 거 아냐?"


"..."



이 짧은 대화를 나누자마자 마음이 살짝 비뚤어졌다. 염색을 안 하면 안 다고 한마디, 하면 또 너무 자주 한다고 한마디, 그래서 염색 주기를 늦추면 또 흰머리가 많다고 한마디.


어찌 되었건 누군가에게
한 마디를 들어야 하는 것이 인생인 걸까.


요즘은 왠지 사람과 투닥거리는 것도 피곤하다. 중간한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다.




좋은 인연과 그렇지 않은 인연은
손을 흔들고 헤어지는 순간에 진가를 발휘한다.


'안녕, 잘 가. 다음에 또 보자'하고 뒤돌아 서는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 관계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자연스레 올라오는 감정 민하고 있는 관계에 대한 알려준다. 떫은 감을 먹은 것처럼 뒷 맛이 아린 우리는 곧 헤어지겠구나, 마음이 포근해지는 이 사람과는 앞으로도 쭉 가겠구나를 생각하며 내 마음이 어느 곳에 머물러있는지 알아차린다.    


요즘의 나는 꽤나 단호한 면이 있어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서로를 배려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핸드폰을 확인한다던가, 자신이 약속에 늦어놓고 되려 성내는 사람에게 나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그런 형편없는 사람을 만나는 바보 천치가 어디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중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질질 끌려다니면서 자신을 무시하는 인연을 끊지 못하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 과거의 내가 그랬듯 말이다.


게다가 체력도 팍팍 떨어지는 통에 에너지를  배분할 수밖에 없어졌다. 죄송하지만 배려를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정성을 쏟을 여력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덕분에 쓸데없는 인간관계가 알아서 정리된다. 의미 없는 인맥에 집착하기보다는 고마운 사람에게 집중하는 지금이 좋다. 다가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도 제법 달게 느껴진다. 이대로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다.





인간이란,


인간은 자신의 잇속에 맞게 상황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서 저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산다. 위생 장갑을 낀 식당 종업원처럼.


청결한 음식을 고객에게 서빙한다는 본연의 목적은 잊고, 손에 딱 붙는 장갑을 낀 채 문고리 핸드폰만지고 급기야 쓰레기통까지 정리하는 것이 제멋대로인 인간의 특성이다. 보다 못한 누군가 참지 못하고 한 마디를 면 울그락불그락해져서 버럭 성질을 내는 것이 인간의 마음.


'내가 말이야 지금 장갑을 끼고 있는데 왜 난리야'라고 각하있지는 않은지.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일이다.




비뚤어진 마음의 고백


나는가끔씩아주심술맞아져서아무말도하고싶지않아질때가있다.악마에게사로잡힌듯고약한감정이들머리를처박고아무것도하고싶지않아진다.이렇게띄어쓰기마저도하고싶지않아지는것이다.참으로지독한숙명이다.인간의삶이란말이다.오늘도먹고싸고그와중에웃고떠들고오하거나퍼하는인생이여.마음은자꾸만왼쪽으기울어지다어제였던가결국휘따닥뒤집어졌다.나는꽥하고소리를질렀고시끄러운꽥소리를들은상대방은아주많이시무룩해졌다.그것은나의어머니.평생못난오리새끼의꽥꽥거림을듣는당신어쩜그렇게계속해서나를용서하시나요.뒤늦은사오늘당신에게옷을하나사드렸지요.알아요.이런보다따뜻한한마디를더좋아하신다는것을요.물론알고있습니다.그래서나는오늘도죄송합니다.늘도불안에사로잡혀있는나의모습감당하기어렵습니다.그렇지만,이런모습으로도저는살아가겠습니다.자꾸만왼쪽으로기우는제마음을다독이며오른쪽나아갈수있도록저에게주어진운명을굴려보겠습니다.꽈배기처럼꼬여있는나의마음에설탕을맛깔나게묻혀아주멋스럽게살아가보도록하겠습니다.그러니그곳에지금처럼곁에있어주세요.나의어머니.

매거진의 이전글 소박하게 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