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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Mar 09. 2023

헛헛한 오늘의 마음


이만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거지란 안일한 마음으로 살아와서인 걸까.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 길, 엄청난 공허함이 불시에 뒤통수를 가격다. 미련하게도 나란 인간은 밀려오는 공허를 얼렁뚱땅 한 끼 식사로 때우려 했나 보다. 근처 돈까스 집에 한자리 차지하고 아 왕돈까스를 주문해버렸다.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 어찌 되었건 주문한 음식은 나왔고 쓱싹 한 점 썰어 입에 넣으니 으음, 따뜻한 고기와 달큰한 소스가 기분 좋게 입안으로 퍼져나간다.



그다지 허기가 진 것도 아닌데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웠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돈까스를 보며 오늘 하루 많이 힘들었구싶었다. 그래, 마음껏 먹어라. 그런다고 마음이 채워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배라도 든든하면 뭐라도 좀 나아지겠지.




조금 괜찮아질라 하면 나의 걸음은 비틀거렸다. 그러다 결국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고장난 오리배 앉아 페달을 밟는 기분이었다. 나아가지 않는 고철 덩어리 속에서 홀로 울부짖으며 헛발질을 하고 또 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걸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매끈하고 활기차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알지 못한다. 그 너머에 어떤 표정이 있을지 영원 알 수 없다. 그들이  모르는 것과 같이. 어쩌면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멜랑꼴리정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가장 평등하고 보편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동풍이 불다계절이 바뀌면 갑자기 서풍이 부는 어느 나라처럼. 우리의 마음 좋았다가 슬퍼지기도 하고, 우울했다가 다시 쁨으로 뜀박질 치기도 하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생각하 어쩐지 마음이 그럭저럭 괜찮아진다.




오늘도 살아있는 것들에서 슬픔을 본다. 물론 그것은 당신 얼굴에 붙어있 나의 슬픔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당신도, 어느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라던가, 비 내리는 오후에 느낄 것이라고. 그러니 슬픔은 당신의 것이기도 하다란 걸. 이렇게 끈질기울적 삶이 서글퍼서 그냥 이마저도 끝내버릴까 싶다가도 그럴 용기가 없어서, 사랑하는 이가 눈에 밟혀서 그러지를 못한다. 비겁한 나 때문에. 런 비겁한 나일지라도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당신 덕분에. 나는 구깃해진 하루를 고이 접어 깊은 밤으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암흑의 품에 안기는 밤이 오면 걱정도 고민도 잠시간 휴식이다. 꿈속에서는 슬픔 잠시 잠을 청한. 오늘의 이 헛헛함도 긴긴밤을 거치면 사라져 있으리라. 그리고 다시 털고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살리라.


어쩌다 태어나 반드시 죽어버리는 우리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렇게 지리한 하루라도 모이고 모이면 희미하게나마 의미라는 것을 찾게 되는 걸까. 아- 그래. 의미가 좀 없으면 어떤가.


이렇게 하루하루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통해


다시금 삶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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