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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숲 Jul 07. 2023

사는 게 왜 이리 불안한 거죠?

에 대한 자문자답

일하는 곳  카페라테가 맛있는 곳이 생각나 커피 한잔 하려 했더니 만석이다.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구나 지금. 아쉬움을 뒤로하고 근처 아무 카페나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오늘은 거품이 듬뿍 올라간 커피가 땡겼는데 말이다. 인생은 정말 이런 사소한 것조차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며칠 전부터 피부가 말썽이어서 피부과를 가보니 포진이란다. 단순포진. 대상포진보다는 약한 단계의(?) 면역성 질환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눈썹 근처가 부어올라 여름철 모기에 물렸거니 다. 울그락불그락한 게 민망스러워 일부러  주변 사람들에게 모기에 물렸다고 말하며 저 혼자 깔깔기도 했다. 그런데 이놈이 이마로 미간으로 확장하더니 언제부턴가 열감이 후끈따가워지는 게 아닌가. 결국 피부과 찾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 인터넷에 대상포진을 검색해 보았다. 아뿔싸, 괜한 짓거리를 했나 싶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적나라한 사진 보고 후다닥 창을 닫다.


내 인생의 절반 이상, 아니 거진 대부분이 이런 불안으로 이루어져 있 않을까. 불안해서 허둥지둥 이곳저곳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다 결국 힘이 다 빠져버려 털썩 주저앉고, 얼마간 회복한 힘으로 다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사람. 프게도 게 나란 사람.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객관성의 잣대로보면 그다지 가혹하지 않은 듯한데, 나는 왜 이 무게조차 짊어지지 못하는 걸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정신이 번뜩 든다.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이를 떨쳐내려 다. 의 기본값이 부정성을 향해 기울어져있는 사람이라면 내면의 바늘이 어디를 향하는지 잘 알아차려야 한다. 의 성향이 이렇다는 것은 퍽 아쉬운 일이나 겠는가. 좋지 않은 생각으로 돌진하는 자아를  알아차고 타이르며 살아가는 수밖에.


어쩌면 이것은 맞다 틀리다를 넘어선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다의 문제이지 않을까. 불안은 실하게 의 자리를 키며 우직하게 있을 뿐. 어찌 되었든 불안라는 감정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그 덕분에 나아가고 있. 계절의 순환을 위해 필요한 겨울처럼 불안도 우리의 삶에 필요한 일지도 모른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찌르고
피 흘리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고달픈 운명의 사슬

언제 날 것인 생각하지만


끝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법


그러괴로워하는 자신을 껴안아주며
계속해서 손을 내미는 수밖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저절로 나아갈 것이다.

글이 있으므로
가족이 있으므로
사랑이 있으므로

작은 배는 세찬 바람에 흔들리지만
그래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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