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숲 Aug 08. 2023

일과 휴식

일과 휴식


여느 프리랜서가 그렇듯 갑자기 일이 뚝 끊기는 것이 두려워 휴일 없이 일해왔다. 새벽 첫차를 타고 기업체 임원의 영어 수업을 하러 간 적도,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의 곳곳을 동분서주하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학생의 일정에 맞춰 수업을 해오다 보니 루틴이 뒤죽박죽 헝클어지는 날도 꽤 있었다. 그래도 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매달 같은 날에 월급이 통장에 꽂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스케줄이 꽉 찬 달에도 전전긍긍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언젠가부터 먹고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다시 돈에 잠식되는 건가. 돈돈돈 거리는 세상이 싫다고 툴툴거렸지만 오히려 돈돈돈 거리는 건 나 자신이었다. 이것이 끌어당김의 법칙인 걸까. 무언가를 싫어할수록 혐오하는 것은 더 깊숙이 일상을 파고든다. 반짝이는 영혼이 삶 속에서 빠르게 로그아웃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아직 영어가 좋다. 일어나자마자 영어 공부를 할 만큼 아직도 언어가 주는 신비로움과 기쁨이 너무나도 많다. 잠시 휘청인다고 멈출 수는 없다. 지금은 무너질 때가 아니라, 잠시 숨을 가다듬고 균형점을 찾아갈 타이밍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7월 중순부터 슬슬 정리되는 수업을 잘 마무리 짓고 새로이 수업을 시작하지는 않고 있다. 한두 달간은 기존의 수업들을 유지하고 그리고 그동안 모아둔 돈을 생활비로 쓰며 어찌어찌 지낼 예정이다. 변화를 주는 김에 평소에 생각 없이 하던 군것질도 끊기로 했다. 간식을 끊으니 자연스레 군살이 빠졌다. 주변에서 다이어트했냐며 하나둘 묻는 걸 보면 효과가 좋긴 한가 보다. 물론 그럼에도 엄마는 앞으로 4킬로는 더 빼야 한다고 하긴 지만. 엄마들은 왜 이렇게 솔직한 걸까요, 맙소사.      




일을 덜하니 걱정이 되 것은 사실이다. 란한 마음에 잠시 구인 사이트를 뒤적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쉼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질병이자 중독 증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기로 해놓고 얼마 안 가 경주마처럼 달리려고 각을 잡있다니! 실망스럽지만 또 이러는 게 나의 속성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글로 먹고사는 것이 선택받은 소수의 특권임을 어림짐작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의 인세를 받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는 몰랐다. 출간의 달콤함은 잠시였고 자책의 기간은 길었다. 그럼에도 첫 삽을 떴다라는 사실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계속해서 흙을 퍼내려 가다 보면 무언가를 발견하겠지. 다소미련 곰탱이 같은 점이 있어서 꼭 본인이 뭔가를 겪어봐야만 깨닫는 그런 성격이다. 뻘짓일지언정, 나름의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배웠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있어서 자꾸만 일을 벌이는 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두 번째 삽은, 브런치 북이 될 것이다. 현재 초고를 쓰고 있는데 기존에 써오던 글과는 다른 느낌이어서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탈고 작업을 거쳐 곧 이곳에 글을 올릴 거라는 것이다. 곧 공개할 브런치북은 '미혼 여성'에 관한 글인데, 해당 주제가 마중물이 되어 즐거운 대화의 장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글로 먹고살 수 없어도, 계속해서 써 내려갈 것이다.


내일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더라도

하루하루 가볍고 명랑한 마음으로


스며드는 우울과 기쁨을 맞이하며 살아갈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