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던 10일 명상코스에 다녀왔다. 2019년 첫 방문 이후로 진안을 다시 찾았으니 그 공백이 길기도 하다.
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인생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풀지 못한 마음의 매듭을 끌어안고 끙끙거리며 살다 만난 것이 명상이었다.
나는 꽤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인간이라 명상 코스의 모든 것이 충격적이었고(10일 묵언을 포함한) 그런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와버릴까도 생각했다.
결국엔 남아있기로 결정했고 그때의 결정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이후, 고난의 삶을 헤쳐나갈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습관의 동물
좋지 않은 패턴으로 자꾸만 허물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것저것을 다시 갈망하고 혐오하고, 불안해하는 일상의 연속. 사실은 그런지도 모르고 살았다. 가끔씩 숨을 들이쉴 때 호흡이 딸리고, 몸 곳곳에 통증이 누적될 뿐만 아니라 얼굴에 포진이 나기 시작하자 아차 싶더라. 그제야 마음이 바로 섰다. 명상 코스에 다시 참가해야겠다는 다짐.
2019년 수련 이후로 매년 참가하려 했던 것이 10일 명상 코스였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 2020년에 코로나가 터지고 모든 명상 코스가 잠정 중단되었다. 나 역시 바쁘게 살길을 궁리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매일 집에서 명상을 하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의무적인 루틴이었지 진지한 수련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결국 과호흡 증상까지 오고야 말았고, 그러고 나서야 정신이 퍼뜩 들며 생각난 곳이 '담마코리아 명상센터'였다.
명상에 전혀 관심 없던 내가(오히려 싫어했다)
매일 명상을 하고 수련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10여 일을 시끄러운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서울로 복귀하니 모든 것이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그간 먹어오던 음식이 낯설게 느껴지고, 내가 바라보던 세상과 들려오는 소리도 어딘가 자연 그대로의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이곳이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이고 나의 두 발이 서있는 곳이다. 세상 속에서 다시 매 순간 떠오르는 고통을 알아차려야 한다. 반응하지 않으면 고통은 사라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흘러간다.
단 한 번의 숨으로 삶의 고통을 없앨 수는 없다.
게다가 요행을 바라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다시 진지한 마음으로 정진하고 수련하려 한다.
브런치에 자리를 비운 동안 읽지 못한 글이 많이 밀려있다. 반가우면서도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이 순간 일렁인다.
명상코스 10일 동안에는 운영 사무실에 핸드폰을 반납해야 하므로 핸드폰을 멀리했는데 굉장히 개운했다. 이 고철 덩어리를 왜 내 신체의 일부처럼 딱 붙이고 살았을까?
욕망, 갈망, 혐오.
그리고 내 안의 불안, 우울, 증오.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내 속에 쌓아온
부정적인 감정과 감각들이 얼마나 많을까.
앞으로 살아있는 날동안만큼이라도 새로운 부정성을 키워내지 않도록, 진실한 이 순간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녕하세요, 달숲입니다.
그간 모두 잘 지내셨나요? : )
브런치에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이유를 쓴다는 게 구구절절 주저리 글이 되었네요.ㅎㅎ
앞으로는 그동안 써오던 매거진, '비혼은 아니지만, 아직 미혼입니다(미혼 여자사람 심리보고서)' 글을 다시 하나하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