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의 키워쓰기' - 영원히, 불행

키워쓰기 = 키워드+글쓰기

by 달숲

1. 첫 번째 키워드 : '영원히'라는 말의 허망함


'영원히, 절대'라는 말을 믿지 않는 편이다.


이러한 말들은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곤 하니까.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던 대학교 시절 남자친구의 마지막 선물은 이별이었고, 고수는 '절대'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내가 쌀국수에 고수를 듬뿍 넣어 먹는 사람이 되었다. 단호하게 내뱉었던 말은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쉽게 무너지고 만다. 그럼에도 속는 것이 인간. 우리는 매번 달콤한 속삭임에 흠뻑 빠졌다가 어김없이 배신을 당하곤 한다.


'영원히 너를 사랑할 거야'라던가, '절대 너의 손을 놓지 않을 거야.'같은 말에 끌리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말이 애초에 이루어지기 불가능한 전제이기 때문일 거다. 비현실적이기에 더 원하고 끌리게 되는 지독한 모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런 류의 말을 하며 살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이 '절대적'으로 '영원'할 거라 착각하며 오늘 하루를 살듯이.


© James Chan, Unsplash


2. 두 번째 키워드 : 불행


불행은 사람을 닳게 한다.


불친절한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그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불행을 가늠해 본다. 불행의 길목마다 그는 어떤 행동을 선택했을까? 모든 일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몹시 화가 나 있는 저이는 자신을 찾아온 불행을 단 한 방울도 흘려보내지 않고 남김없이 흡수했을지도 모른다.


불행은 평화로운 일상을 방문하는 불청객.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평등하게 찾아온다는 점에서 공평하다. 우리 모두 조금씩 불행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은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에, 꺼내어 비교할 수는 없는 법이다. 너는 돈, 멋진 차, 아이가 있으니 행복하고, 모든 것이 없는 나는 너보다 불행하다는 식의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삶이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공식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어설프게 답을 내려 순서를 매길 수 없는 것이 너와 나의 불행인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불행의 풍랑 속에서도 소년의 얼굴을 간직한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의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소한 일에 성질을 내는 인격으로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맑고 단단한 얼굴. 거친 세상 속에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온화하면서도 곧은 얼굴. 연신 삶을 때려대는 매정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눈빛을 간직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지금 내 얼굴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부디 반짝이는 눈빛과

깊어지는 사유를 머금고 있기를,


세월이 흐를수록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는 얼굴이 되기를,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도가 밀려오듯, 생각이 떠오르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