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어느새 쌓이는 먼지처럼,
불안은 소리 없이 마음을 점령한다.
포슬한 함박눈이 쌓여 지붕을 부수듯, 별일 아니라고 치부했던 일이 쌓여 마음을 억누른다. 자주 들여다보며 챙겨줘야 탈이 나지 않는 법. 그러나 살다 보면 이마저도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니 애초에 부정적인 것을 쌓아두지 않는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미워하지 말자.
그 사람도 한낱 인간인 것을.
질투하지도 말자.
모두 각자의 삶을 살 뿐이다.
울고 싶을 때에는 마음껏 울고
웃고 싶을 땐 온 힘을 다해 웃어라.
영혼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나아가라.
이성이 모르는 지혜를 품고 있을 테니.
억지로 애쓰지 말자.
애쓴다고 다 풀리지는 않는 법이다.
사실 무엇 때문에 우울한지, 왜 울고 싶은 건지 특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막연하게 뒤쳐진 것 같고 사람 구실을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뿐. 그렇다면 뒤처진다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 구실을 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대답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이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이란 애매한 생각만 들뿐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평균이라는 것 또한 추상적인 개념이다. 게다가 그것이 안전지대라는 판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저 무리에서 멀어졌다는 불안감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뿐이다.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전세를 사니 대출을 받아서 자가를 마련하니와 같은 제법 현실과 맞닿은 어른스러운 고민을 한다. 나는 그것을 평균이라 말뚝 박고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한다. 초라한 자신을 어쩌지도 못하고 이렇게 끊임없이 평균의 잣대에 나를 비교하다 보니, 그 끝엔 자괴감과 바닥난 자존감만이 남는다.
하지만 자기혐오의 깊은 곳에는
나 자신과 잘 살아가고 싶은
'화해의 마음'이 존재한다.
잘하고 싶은데 맘처럼 되지를 않으니 미워하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말을 걸어줘야 한다. 몸이 성하지 않을 때 약을 챙겨먹는 것처럼 마음이 만신창이 일 때에는 다정한 한마디를 건넬 필요가 있다.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 까칠한 내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만히 투정을 들어줘야 한다. 그러는 와중에 다정한 마음은 마음속 먼지를 거둬들일 것이고 듬뿍 쌓인 우울을 녹일 것이다.
나를 혐오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해 줄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 놀라우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사랑하기만 하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미워 죽을 것 같을 때에는 실컷 미워해라. 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아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 때맞춰 다정한 말을 건네주기를. 잊지 않고 상처 난 곳에 연고를 발라주듯 마음을 보살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불안은 당신을 잠시 방문했다가
이내 떠날 것이다.
꼭 쥐려 하지 않으면
모든 감정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러니 꽉 쥔 두 손을
하늘을 향해 펼춰보자.
혐오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너무 애쓰는 마음도 모두
그렇게
훌훌 털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