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에세이
단골 미용실의 커트 값이 올랐다. 3만 5천 원으로. 물가 오르는 속도가 맹렬하다. 조용한 1인 미용실이어서 드물게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머리가 빨리 자라는 편이어서 그새 머리가 많이 무거워졌다. 뒤로 묶일 정도가 되면 어깨가 뻑적지근하다. 혼자만이 느끼는 미묘한 무게의 차이랄까. 그런 이유로 짧은 머리를 좋아한다. 가볍기도 하고, 훌훌 손쉽게 말릴 수 있으니까. 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미용실을 물색해 보기로 했다.
미용실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한다. 그렇게 자주도 아니어서 취향이 깃든 공간을 포기하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뭐 마음은 변덕스러우니까. 가격이 오른 김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보자 싶었다. 어쩌면 나에게 더 맞는 곳이 있을지도 모를 테고 말이다. 이래저래 새로운 시도를 해 볼 타이밍이 온 것이다.
기존의 루틴을 깨는 것은 설렘과 함께 두려움을 동반한다. 걱정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머리는 잡생각만 많지 적극적인 행동엔 소극적이다. 그럴 때엔 생각하는 이성 스위치를 잠시 끄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얼마 안 가 고요한 영혼이 우아하게 고개를 든다. 늘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지친 나를 인도하는 다정한 영혼. 이번에도 그 길을 믿고 한 번 따라가 볼까.
그렇게 예약한 새로운 미용실은 집에서 더 멀어졌지만 마음에 든다. 시시콜콜 개인사를 물어보지 않는 것도, 흰머리가 많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는 점도 좋았다. 빠른 가위질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때 나의 것이었던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짧은 머리를 한 거울 속 얼굴을 보며 만족의 미소를 지어본다. 마음에 든다. 그래 맞아, 세상은 넓고 취향에 맞는 공간도 그만큼 많았는데 말이야. 익숙함에 취해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살았구나.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야. 당신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인생이었는데. 혼자서도 시간은 잘만 흘러 꽃은 피고, 나는 어딘가로 데굴데굴 잘만 굴러가네. 그렇게 데구루루 굴러가다 보면 언젠가 마음에 맞는 공간을 발견할지도 몰라. 우직하게 마음의 소리를 따라 한 발자국씩 내딛다 보면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공간에 가닿겠지.
그러니 영혼의 소리를 따라가 보자. 무수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 속으로 한 발자국씩 내디뎌 보자. 두려움과 설렘을 가득 안고 가보는 거다. 어떤 날은 웃고, 어떤 날은 울기도 하겠지. 그래도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옛 일은 그만 놓아주고 불어오는 바람을, 맑게 갠 하늘과 별을 들여다보며 살아가자. 언젠가 오랜 세월 나를 기다린 듯한 아름다운 해변에 닿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지라도 걸어갈 것이다. 찬란한 끝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해서 한 걸음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