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수를 하다 울었다.

by 달숲

세수를 하다 울었다.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눈물이 터졌다. 작은 일상까지 삼켜버릴 만큼 슬픔이 스며든 건지 시시때때로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을까. 어쩌면 이별을 결심할 만큼 사랑했는지도 몰라. 서로에게 아픈 상처를 줄 만큼, 아마 그 정도로 사랑했던 거겠지.


봄이 오고 이내 무성한 여름으로 넘어가며 텅 빈 일상은 무언가로 채워질 거야.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과 씨름하며 앞으로 나아가겠지. 서로에게 좀처럼 닿지 않는 거리가 되었을 때 숨을 크게 내쉬며, 아- 그때 우리 참 좋았는데라고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할지도. 그마저도 흩날리는 벚꽃처럼 사라질 거야. 멀리, 저 멀리. 아름다운 마지막 순간을 남기며 하염없이 추락하겠지.


어떤 일은 막을 수 없더라. 그저 시간에 내맡기는 수밖에. 우리는 서로에게 유령 같은 존재가 될 거야. 가끔씩 서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존재. 이건 슬픈 감정인 걸까.


모든 것이 덧없는 것임을

이별은 기어코 그걸 내게 가르쳐 주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