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로그] 고지가 보이기 바로 직전

#캘리에세이

by 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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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집에가는게 씅이나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나 아빠도 퇴근전. 아이고 이 늦은 밤까지..아마도 몇십년을 그렇게 살아오셨겠지요. 하염없는 백발의 우리 아부지.

그러다 문득 이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울 엄니가 오버랩되며 문득 서글퍼졌다가 불만가득한 하루를 보낸 내가 부끄러워지며 오늘의 짜증을 변기내리듯이 밑으로밑으로 흘러보낸다.


눈보라치는 오늘의 퇴근길은 슈퍼문이 두둥실. 이런저런 모임의 단톡방은 삐약삐약 병아리새끼마냥 울어대고, 하이얀 눈을 맞으며 무기력한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아 주말모임에서 못갚은 돈이 있는데 얼른 갚아야지 되뇌이며(아직 못갚은 나를 꾸짖으며) 손을 시려워하고 있다. 아아 손이 무진장 시렵다.


지하철 9호선이 파업을 시작했다. 툴툴거리며 불평하던 나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그저 내일 출근길을 걱정한다. 마냥하는 걱정이라니, 이 얼마나 적극적인 무력함인가!

일은 하기 싫고 살은 빼고 싶으면서 얼른 행복하고 싶은 마음만 조급한 나는 이것들을 이뤄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파업같은 대담한 결의가 나에게 있는것일까? 그저 손이 시려울뿐은 아닐지. 몹시 의문스럽습니다.


얼른 잠에 들어 내일 산뜻하게 일어나고 싶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회사에 도착해봅시다. 이것이 오늘밤 그리고 내일 아침의 나의 미션. 사요나라 짜이찌엔 오늘의 어려움이여. 내일은, 모레는 아니 어쩌면 곧 정상에서 바람을 느낄 수 있을거야. 지금은 고지가 보이기 바로 직전의 언덕.


글/캘리그라피 * 어메

사진출처 * Pics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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