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시작, 태양과 단테 신곡 사이 어디쯤
커피 마시며 단테 — Coffee with Dante
# 11
별이 없는 곳을 빠져나온 자에게
샛별이 먼저 온다
단테가 지옥을 묘사하는 방식 중 가장 조용하고 가장 무거운 것은 빛이 없다는 것.
시간을 알 수 없다는 것.
지옥에서 죄인들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알지 못한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 알지 못한다. 별이 보이지 않고 시간을 알 수 없는 것 — 그것은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시간의 틀을 벗어난 곳. 그것이 지옥이다.
그리고 연옥에는 시간이 있다. 그것이 전부를 바꾼다.
Inferno vs Purgatorio — 두 세계의 결
Inferno · 지옥
별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알 수 없다.
변화가 없다. 만회의 기회가 없다.
비명과 신음의 소리가 있다.
오직 아래로 방향이 이어진다.
영원히 끝같이 머문다.
Purgatorio · 연옥
별이 보인다. 샛별이 뜬다
시간이 흐른다. 아침이 온다
변화가 있다. 만회의 기회가 있다.
기도와 노래로 소리가 있다.
하늘을 향해 방향이 위로 있다.
정화되어 떠난다.
연옥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이승과 가장 유사한 곳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했다면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지옥과 천국은 시간의 틀 밖에 있다. 그러나 연옥에는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온다. 그래서 연옥은 천국보다도 먼저, 우리의 이 삶과 가장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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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편 제1곡. 루치페로의 얼음을 타고 땅 위로 빠져나온 단테가 처음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기 전이다. 동쪽 하늘에 금성이 빛나고 있다.
동방의 사파이어처럼 감미로운 빛깔이
맑은 하늘의 중천에 모여들었다,
첫 번째 하늘에 이르기까지 순수하게.
— 단테, 『신곡』 연옥편 제1곡
사파이어. 단테가 연옥에서 처음 꺼낸 단어는 보석이다. 지옥을 묘사하는 내내 그는 어둠의 언어를 썼다. 불과 얼음, 비명과 침묵. 그런데 연옥의 하늘 앞에서는 그는 보석을 꺼내 보인다. 언어가 달라졌다. 세계가 달라졌다. 지옥을 통과한 자만이 그 빛의 색을 그토록 정확하게 본다.
그 새벽 하늘에 금성이 있다. 금성은 어떤 때는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고, 어떤 때는 새벽에 동쪽 하늘에 보인다. 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서기 1300년 부활절 무렵에는 금성이 저녁에 나타났다고 한다.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고 아직 태양은 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빛 — 그 감각을 택한 것이다.
단테는 시적 진실을 택했다
샛별은 해가 뜨기 전 마지막으로 빛나는 별이다.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고, 아직 태양은 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빛. 단테는 지옥이라는 가장 깊은 어둠을 빠져나온 직후 그 별을 보았다. 태양보다 먼저 오는 빛. 희망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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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는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수호자. 카이사르의 독재에 끝까지 맞서다 패배하자, 노예로 사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다. 자유를 위해 죽었다. 그는 기독교 이전의 사람이다. 신학적으로 천국에 갈 자격이 없다. 그런데 단테는 그를 지옥에도, 천국에도 두지 않았다. 연옥의 문지기로 세웠다.
Marcus Cato — 단테의 가장 담대한 설정
역사적 인물로서. 로마 공화정 말기. 카이사르의 독재에 끝까지 저항하며 기원전 46년 자유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신학적 위치로서. 기독교 이전 인물. 세례 없이 죽어 천국 자격이 없다. 그러나 지옥에 두기엔 너무 고결했다.
연옥의 문지기는 연옥이 닫히는 날 천국으로 옮겨갈 것이다.
상징적 의미로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버린 자가, 자유를 찾아 오르는 산의 문을 지킨다.
그는 자유를 찾아가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자만이 안다.
— 단테, 『신곡』 연옥편 제1곡 · 베르길리우스가 카토에게
베르길리우스가 카토에게 단테를 소개하는 말이다. 이 여정의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자만이 그 말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카토는 침묵하다가 통과를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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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지시를 내린다. 바닷가로 내려가 단테의 얼굴을 씻어주고, 갈대를 꺾어 허리에 둘러주라고. 죄의 안개가 얼굴에 묻고 눈도 가린 모양이라고. 지옥을 통과하면서 쌓인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차원으로 건너갈 때는 씻어야 한다. 민담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갈 때 목욕과 옷 갈아입기가 따르는 것처럼, 연옥의 첫 의례는 씻김이다.
그리고 갈대다. 갈대는 겸손의 상징이다. 바람에 꺾이지 않기 위해 휘는 것. 연옥의 첫 번째 죄가 교만임을 생각하면, 갈대를 두르고 시작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단테는 씻고, 두르고, 산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씻고, 두르고, 오른다.
연옥은 준비된 자만이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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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해가 뜨기 직전 하늘이 사파이어 빛이었다. 단테를 읽고 나서야 그 빛의 이름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샛별이 있었다. 해가 오기 전에 먼저 오는 빛.
별도 없고 시간도 없는 것 같은 밤. 그 밤이 끝날 때 처음 보이는 것이 샛별이다. 태양보다 먼저 오는 그것. 아직 다 밝지 않았지만, 밝아올 것이라는 예고. 그리고 그 빛 아래서, 우리는 씻고, 다시 시작한다.
더 나은 물을 향해 이제 돛을 올려라,
나의 재능이라는 작은 배여.
— 단테, 『신곡』 연옥편 제1곡 첫 행
연옥편의 첫 문장이다. 지옥이라는 죽은 바다를 건너온 배가 이제 다시 돛을 올린다. 더 나은 물을 향해. 커피가 아직 따뜻하다. 오늘, 샛별을 향해 돛을 올릴 시간이다.
글
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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