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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쓰다 Nov 26. 2023

그리움, 유년의 성탄절

-겨울생각 2

꼼지락꼼지락

사부작사부작

두 시간째

열심히 오리고 붙이고 그리기를 반복한다

마지막

오색 짝이 가루 입고

수제 성탄절 카드가 완성된다


몇 개째였더라

번쩍번쩍 휘황찬란한 빤짝이 손가락을

천천히 꼽아본

영숙, 윤주, 혜란, 민철, 정희, 민수, 수정, 준형, 지수, ...

아직도

두 개 더 남았다


하늘이 무거워진다

싸락눈이 창밖을 배회하는 것도 모르고

                                                                                           

틀리면 안 되는 필수구문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빠짐없이 달아주고는

정성스레

봉투에 담아

하나하나 꾹꾹 눌러

그리운 이름들을 쓴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 너머로

쿰쿰하고 진한 엄마의 청국장 냄새와

함박눈을 데리고 퇴근하신 아빠의 발소리가

나타난다


이로써 오늘의 작품 활동은 끝났다.


한 해가 가는 것이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아무런 사심 없는

아이는

캐롤송이 지겨워질 때쯤

새로

연하장을 만들기 시작한





< 이미지 출처 :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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