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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우 May 21. 2024

제임스웹의 사진


 이번 주에 가장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던 것은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처음 공개한 촬영물이다. 가장 최신의 기술로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사진이 과연 어떨지는 천문학자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우주를 좋아하는 일반인에게도 초유의 관심사였다. 7월 12일 한밤중에 공개된 4장의 사진(+1장의 데이터)는 이 기대들을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이전보다 확연히 좋아진 화질과 관측 데이터는 천문학자들을 고무시키고, 우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은 천문학의 역사와 닮아 있다.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고 있다고 믿어왔던 천문학 초기의 천동설과 같이 모든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자기자신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알고, 수많은 위인전이나 유명한 이들을 보면 나도 어른이 되어 그런 존재가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곤 한다. 하지만 세상을 알아가고 세상을 바라보는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안목과 경험을 쌓아나가며, 차츰 자신은 80억에 가까운 지구의 인간들 중 하나임을 깨닫게 되고,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달아가면서, 때로는 저항하고 좌절하며 고뇌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천문학이 지동설이라는 이치를 받아들였듯, 사람들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세계관이 80억분의 1임을 공공연히든 내심이든 받아들인다.


 나도 그러한 사실을 꽤나 늦게 인정하면서(가끔 아직도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나름의 충격을 겪어왔다. 천문학자들은 합리주의의 최전선에서 사유하면서, 역설적으로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아마도 우주라는 광대하고도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미물이 된듯한 무력감과 허무감을 합리주의는 채워줄 수 없기에, 종교를 요청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이런 허무함과 무력함이 삶을 짓누르는 가운데, 과연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고민의 근원은 존재 의의이며, 어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생명과 육신을 유지 관리하며 예정된 죽음을 피하거나 늦춰보고자 아둥바둥하는 것 외에 삶에는 더 추구할만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발버둥이면서 한편으로는 복선일 수도 있다.


 인간이라는 종의 운명, 나아가 우주의 운명 역시 열역학 제2법칙 안에서, 예정된 멸종과 무한한 혼돈으로 수렴하게 된다. 그 가운데 과연 지금 이 찰나와 같은 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나라는 개인부터 인간의 모든 역사에서 항상 있어왔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정답을 아직은 확신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한 유명작가가 말하듯,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보다, 내가 삶의 의미를 무엇에 두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내 인식체계로 구성된 나의 세계관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어쩌면 소우주라는 인간이 중심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그런 사유를 거쳐, 그럼 지금 나의 삶에서 내가 가치를 두는 의미들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중 단연 하나는 알아가는 즐거움일 것이다. 잘 알아서 내가 활용하기 수월한 것뿐만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변화하는지 알아가는 즐거움. 이번 제임스웹의 사진들이 내게 감동을 준 포인트도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카리나 성운을 촬영한 한 사진에는 수많은 별들과 그 별들이 탄생하는 성간물질의 구름이 찍혀져 있다. 이 구름들이 재료가 되어 조금씩 오랜 시간 뭉쳐 별이 되는 그 신비로움을 관측한 이 사진은 그 자체로 천문학의 큰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사진 속에서 내가 탄생한 이 행성과 그 어머니가 되는 태양이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탄생했음을 알아가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한 알아감의 맥락에서 이 글을 접하는 모든 이들이 이 광대한 우주 속의 존재로서 허무함을 넘어 즐겁게 살아갈수 있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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