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우 May 28. 2024

공항

행복한 공간, 공항

 인천 공항을 갈 일이 있었다. 보통 공항을 가게 되는 것은 여행을 가거나 돌아올 때이지만, 이번에는 누군가를 데리러 가는 목적이었던지라, 처음으로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은 방문이 되었다. 그 덕에, 감정이 매우 평온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상태로 이 공간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버스에 내려, 유려하게 열리는 자동문을 지나 넓게 펼쳐진 입국장에 들어섰을 때, 마치 파블로프의 강아지가 종소리를 듣고 먹는 즐거움의 기대에 기분이 좋아진 양, 원인이 없는 벅차오름과 설렘이 내면 깊숙히 피어 올랐다. 인천 공항의 입국장은 여행의 설렘을 극대화하기 위해 충실히 연출되어 있다. 직선과 각이 가득한 일상의 공간들에서, 곡선으로 그려낸 파사드와 내부 공간들이 펼쳐져 있고, 마찬가지로 쉽게 볼 수 없는 압도적인 층고로 새로운 세상의 초입에 들어선 감성을 펼쳐낸다. 그 안에서 많은 이들은 행복한 표정을 한 채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수속을 하며 기다림을 “즐기고” 있다. 출국장 및 면세 구역은 티켓을 가져야만 통과할 수 있는 육중한 게이트로 굳건하게 격리되어, (나와 같이) 여행자의 자격을 지니지 않은 이에게는 미지의 공간으로 그 모습을 철저히 숨기고, 떠나는 이들에게는 그 공간을 배타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특별한 권력을 부여한다. 그래서, 그 게이트로 들어서는 터널과도 같은 길에 서있는 줄의 사람들은 기다림일지라도 즐겁게 질서를 지키며 서있는다.


 인천 공항의 다이나믹한 대비는 이 출국 구역에서, 두어층을 내려가 입국 구역으로 들어서면 펼쳐진다. 영광과 권력은 상승을 지향하듯, 이 “아래”의 공간은 위와는 완벽하게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출국 구역의 멋진 사람들의 복식과 표정들은 이 곳에서는 추레하고 피곤한 모습으로 변한다. 더불어서 층고 역시 절반도 안 되는 공간에, 자연광이 현저히 줄어 상대적으로 어두운 공간은 행복했던 여정의 종장을 담담히 그린다. 그럼에도 입국 구역이 마냥 어둡기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곳이 이 나라 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긴 여정을 거쳐온 이들을 환대하는 사람들과 받는 이의 반가움, 또 (나와 같이) 돌아오는 이를 맞이하며 “타다이마” - “오카에리”의 감성으로, 카오스의 시간에서 코스모스의 시간으로, 리스크의 공간에서 안정의 공간으로 품어주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그 현장은 차분하지만 적당한 온기가 버무려져 있다. 화려한 내부를 철저히 숨기던 출국 게이트와 달리, 딱히 별 볼일 없는 내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입국 게이트가 열리고, 기다리던 얼굴을 발견하여 서로를 인지할 때, 비로소 두 사람은 한 세계관으로 함께하게 됨을 확인하는 반가운 미소를 서로에게 건넨다.


 층을 두고 펼쳐지는 출국의 설렘과, 입국의 안온함은 모두가 긍정적인 감정의 분류가 가능하기에, 인천 공항에서 감정의 손익분기점은 흑자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출국장에서 미어지는 이별이나, 도망치듯 떠나야 하는 사연들도 있을 것이고, 입국장의 외로운 귀환 등의 이야기들도 있을테지만, 많은 이들이 공항에 가는 것을 행복한 일이라고 여기듯 대세적으로 공항은 좋은 공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항의 표면만을 스치고 돌아온 내게도 따뜻한 행복감이 은은하게 묻어왔다. 이 행복의 잔향을 느끼며, 나도 내 주변인들도 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모두들에게도 행복한 공항의 추억들이 조만간 만들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삼각백빈건널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