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눈이 없어”
“여기는 사람 다녀야해서 다 치웠어~”
하얀 제설제 알갱이들이 눈인 척 널려있던 한 길가. 어린아이와 어머니의 대화가 선명히 들려온건 왜였을까?
그것은 아마도 아침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길이 막힐 걱정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집을 나서 계단을 내려가다 우산을 놓고 온것을 알아채고 다시 돌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길을 가다가 눈덩이를 밟고 살짝 미끄러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릴때부터 지금껏 눈오는 것을 좋아했지만, 어느 시절부터는 눈이 주는 불편함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어느새 눈을 온전히 반기고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어디론가 향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이 먼저 신경쓰이는 삶. 그것이 어른의 삶이리라.
그래서 문득 눈이 쌓였던, 그러나 금새 어른들에 의해 치워진 길 위에서 어린이의 말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목적지. 하얗고 위태롭게 나무가지를 덮은 눈, 그 아래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다른 손에는 눈오리를 만드는 도구를 든 어린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예쁘면서도 어딘가 아릿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