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CTC 예비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서

by 달여리

서쪽 끝 해안에서부터 동쪽 끝 해안까지, 영국 북부를 걸어서 횡단하는 CTC(Coast to Coast Walk)는 16일 정도가 소요되는 315km의 장거리 트레일이다. 물론 본인의 여건과 체력에 따라 더 길거나 짧게 걸어도 무방하다. 여정은 출발지점인 세인트비스로 가는 이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보통 런던으로 입국하게 될 텐데, 세인트비스까지 한 번에 가는 기차가 없기 때문에 한 번 이상은 환승을 해야 한다. 최소 5시간은 걸린다. 길을 다 걷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끝지점인 로빈후즈베이에서 런던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은 없다. 많은 트래커들이 로빈후즈베이 인근의 휘트비나 스카버러에서 마침표의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조차 런던 직행 버스나 기차는 없다. 그러니 일정을 잡는 게 만만찮다. CTC만 걷는다고 해도 이동까지 포함해 최소 20일 이상으로 계획을 잡는 게 낫겠다.


처음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플을 통한다면 환승 열차 구입은 크게 어렵지 않다. 기차를 예매할 수 있는 어플이 다양하다. 참고로 National Rail 공식 홈페이지와 어플이 있으며, omio나 trainline 등도 있다. 도시 간 이동 방법을 확인하는 데는 구글 지도 활용도 썩 도움이 된다.


위클로웨이와 마찬가지로 CTC도 공식 홈페이지가 있다.(https://www.coasttocoast.uk/) 다만 개괄적인 소개 정도만 확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나온 전체 루트 구글 지도는 꽤 쓸만하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자.(CTC 구글 지도 링크 클릭) 홈페이지를 통해 유로 영문 가이드북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12.99이며 애플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직접 구매해보진 않았다.

<CTC 전체 지도, 출처: www.cicerone.co.uk>

국내 CTC 관련 도서로는 이영철 작가님이 쓴 세계 10대 트레일영국 걷기 여행(영국을 걷다 개정판), 김병두 작가님이 쓴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정도가 있다. 대체로 시간이 꽤 지난 내용들이지만, 길이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머지 두 권은 도서관에서 대충 훑어만 봤고, 내용이 짧은 세계 10대 트레일만 구매해 정독했다. 대략적인 길의 뉘앙스와 구간별 거리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CTC 루트의 전체 길이는 192 miles로, 환산하면 약 309km가 된다. 하지만 지금껏 작성한 글에는 세계 10대 트레일에 나온 내용에 따라 모두 315km로 기재했다. 중간 거점들 사이의 세부 거리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고, 따라서 유일하게 그 내용을 확일할 수 있는 해당 책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을 뒤늦게 밝히는 바이다. (다만 세계 10대 트레일에 각 세부거리의 합산과 구간별 합계 거리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분은 총거리에 맞게 임의로 수정해 사용했다.) 굳이 유료 영문 가이드북으로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걷는 데는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루트는 늘 변화하는 만큼 6km 정도의 차이가 큰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물론 이 책은 결코 가이드북이 아니다.


참고로 글의 도입부마다 적힌 km 수는 당일 걸은 CTC 구간에 먼 숙소까지 추가로 걸어간 거리를 합산한 수치이다. 숙소까지의 거리는 구글지도로 검색한 도보 루트상의 거리를 활용했다. 이를 다 더해보니 총 걸은 거리가 351.7km나 된다. 믿거나 말거나 핸드폰 도보 어플로 확인한 매일의 실제 이동 거리는 이보다 더 길었다. 매 글의 하단마다 도보수 내용을 재미 삼아 작은 꼭지로 붙여 놓았다.


<대략 이런 식으로 일정을 짰다>




#길의 안내


결코 친절한 길이 아니다. 위클로웨이의 옐로우맨이나 산티아고순례길의 노란색 화살표와 조가비 문양과 같은, CTC만의 일관적인 표식이 있지도 않다. 간혹 제대로 만든 나무 표지로 "Coast to Coast Walk"나 "foot path"라고 세워져 있거나, 화살표나 국립공원표식 등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긴 하다. 큰 바위 위에 스프레이 페인트 같은 걸로 "C To C →"라 적어 둔 곳도 있었다. 그마저도 아주 띄엄띄엄 있다. 그러니 표식만 믿고 따라가기는 무척 까다롭다. 더군다나 루트 위로 여러 가지 트레일이 뒤섞여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무턱대고 걸어가다 보면 다른 트레일 위를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셔널트레일(National Trail)로 지정 발표가 되었다고 하니, 길의 안내 부분은 앞으로 조금씩 개선되리라 기대해 본다. 불친절하긴 하지만 좀 더 '트레일'답다랄까 솔직히 그 때문에 더 재미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GPS와 지도, 나침반을 준비하라고 안내한다. 핸드폰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트레일 어플 하나로 모든 게 해결 가능하다. 위클로웨이 편에도 언급했듯이 여러 종류의 트레일 어플이 있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구간이 많으므로 위성 GPS 수신이 가능한 어플을 사용하는 게 좋다. 나의 경우엔 Alltrails 어플의 유료버전을 사용했다. 1년 구독에 3만 원이 조금 넘는다. 지도를 다운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며,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도 네비처럼 루트 확인이 용이했다. 전 세계 다양한 트레일 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걸으며 1,000% 활용했다. 여하튼 표식만 보고 따라갈 수는 없는 길이니 그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갖가지 표식들>




#길의 시기


위클로웨이와 마찬가지로 겨울보다는 여름이다. 헤더꽃이 만발하는 8월 말~9월 초가 가장 좋다. 이 시기는 공기가 투명하고 황야의 색감이 가장 풍부할 때이다. 여름도 걷기 좋으나, 영국의 휴가 기간과 맞물리는 7~8월엔 다른 기간에 비해 숙소 구하기가 더 어려울 수가 있다. 10월로 가까워질수록 비가 잦아지며 날씨의 급변이 심해진다. 하긴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사실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5~6월의 초여름도 걷기에 괜찮다. 목초지와 황야가 푸른빛으로 가득해지는 6월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다만 모기와 파리가 많아지는 계절이라 주의가 필요하단다. 겨울로 다가갈수록 문을 닫는 숙소들이 많아진다. 폭풍우에 눈보라까지, 웬만해선 겨울을 추천하진 않는다.

<햇빛이 내리다 난데없이 우박이 쏟아지던, 9월 초의 CTC>




#길의 잠


숙소가 문제긴 문제다. YHA 호스텔이 있는 구간은 괜찮지만, 나머지의 경우엔 발품(이라기보다 인터넷상의 손품)을 팔아야 한다. 미리 숙소를 구하는 게 관건이다. 숙소가 많지 않은 CTC의 특성상 B&B는 의외로 빨리 예약이 마감된다.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이언인의 경우에는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겨우 숙박이 가능할 정도다. 아고다나 부킹닷컴에서 예약가능한 곳도 종종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구글 지도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숙소를 일일이 알아봐야 한다. 나의 경우 여섯 밤 정도는 호스텔에서 묵었고, 나머지는 호텔이나 B&B 등을 이용했다. 멀리 떨어진 숙소 때문에 길이 길어진 적도 많았다. 필요하다면 위에 첨부한 손글씨 메모를 참고해도 괜찮겠다. 핸드폰으로 툭툭 찍어둔 숙소 사진들과 함께, 걸으며 간단하게나마 저장해 둔 개인용 구글 지도도 아래에 첨부한다.


*YHA 호스텔 예약 사이트: https://www.yha.org.uk/

*개인용 CTC 구글 지도: https://maps.app.goo.gl/C3R1BYdCB7D47JKv5

<0일 차 Seacote Hotel과 1일 차 Ennerdale Country House Hotel>
<2일 차, YHA Ennerdale Youth Hostel>
<3일 차 YHA Borrowdale Youth Hostel>
<4일 차 YHA Grasmere Butharlyp Howe>
<5일 차 YHA Helvellyn>
<6일 차 The Mardale Inn>
<7일 차 The George Hotel>
<8일 차 Kirkby Stephen Hostel>
<9일 차 Greenlands B&B>
<10일 차 YHA Grinton Lodge>
<11일 차 Turf Hotel과 12일 차 The Village Inn>
<13일 차 YHA Osmotherley(Cote Ghyll Mill)>
<14일 차 Clay Bank Huts>
<15일 차 The Bank House Farm>
<16일 차 Partridge Nest Pods and Cottage>




#길의 밥


걷는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식당이나 가게는 거의 없다. 그러니 간단한 먹거리 등은 가능할 때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다. 보통 에너지바나 오래 보관이 가능한 빵 등을 들고 다녔다. 점심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면, 의외로 CTC에서의 식사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YHA 호스텔에선 대체로 석식과 조식을 판매하고 있으며, B&B 역시 아침과 저녁 두 번의 식사를 (유료든 무료든)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은 대체로 잉글리시 풀 블랙퍼스트다. 빵과 계란, 베이컨과 소시지, 베이크드 빈즈와 해시브라운, 과일, 음료 등이 나온다. CTC 루트 중에는 커비스티븐과 리치먼드가 큰 도시에 속한다. 여기서 편하게 장을 볼 수가 있다. 샤프와 패터데일(그린리딩)에서도 슈퍼를 본 기억이 있다. 물론 일일이 확인한 건 아니기에 더 있을 수도 있다. 만약을 대비해 비상식량은 항시 구비해 둘 필요가 있다.


에너데일이나 보로우데일, 패터데일, 그래스미어 등에는 호스텔에 캠핑장도 겸하고 있었다. 호스텔마다 부엌이 있으니 마음껏 이용이 가능하다. 역시 라면은 필수.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입맛을 달랜다. 위클로웨이와 마찬가지로 식수는 싱크대 물을 받아마셨다. 임의로 마시진 않았고 음용이 가능한 지 꼭 확인을 한 후에야 이용을 했다. 역시 길을 걷고 마시는 맥주가 좋았다. 이래서 걷는 양에 비해 살은 잘 빠지지가 않았다.

<먹은 것들>




#길의 예산


이동을 위한 비행기 및 기차 삯을 제외하고, 걸으면서 드는 숙식 비용에 대해서만 대략적으로 언급할까 한다. 물가가 비싼 영국이니만큼 체류비가 꽤 많이 든다. 호스텔 숙박비는 15~35 파운드 정도, B&B의 경우에는 100파운드 전후 비용이 든다. 만약 해당 지역에 호텔이 있는 경우에는 아고다 등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세인트비스, 클리터, 뱀턴, 오턴, 리치먼드, 스카버러에서의 숙소는 아고다로 예약했다. 1박 비용은 10~20만원 선이었다. 블래키리지에서 딱 한 차례 이용했던 숙소에서의 픽업/드랍 비용에는 편도 30파운드가 들었다.


호스텔의 조식은 잉글리시 풀 블랙퍼스트 기준 9.95 파운드, 피자나 파스타 등 저녁 식사 메뉴는 10~12 파운드 정도다. B&B에는 보통 아침 식사가 포함된다. 저녁 식사의 제공 여부나 추가비용 발생 등은 숙박 예약 시 꼭 확인해야 한다. 묵었던 B&B의 경우엔 10~15파운드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고 저녁 식사가 가능했다. 식당에서 식사할 경우에는 스테이크 종류가 대략 20파운드 내외, 버거류는 15파운드 내외다. 생맥주 1잔에 5파운드 전후. 물은 받아마시므로 살 필요가 없고, 이외에는 중간중간 슈퍼에서 사는 먹거리 비용 정도가 추가로 든다. 며칠간 먹을 간식거리를 사는데 5~7파운드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다.

<가장 큰 슈퍼였던 리치먼드의 리들과 잊을 수 없는 라이언인에서의 맥주>




#마치며


길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못해 계획을 짜는 데 스트레스가 많았다. 막상 걷기 시작할 때조차 숙소 문제가 완전히 해결이 되지도 않았었다. 이 길의 관건은 미리 숙소를 얼마나 잘 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준비할수록 몸이 덜 고생한다. 게다가 비용마저 적게 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멀리 떨어진들 가능한 숙소를 구하면 되고, 그럴 수만 있다면 비박 준비를 해가도 된다. 전반적으로 YHA 호스텔의 만족도가 높았다. 비용도 싸지만 숙소 상태도 썩 훌륭했다. 오락가락한 영국의 기후 특성 때문인지, 호스텔마다 건조장이 있어서 특히 좋았다. 후줄근 비를 맞거나 땀을 잔뜩 흘린 도보여행자에게는 정말 단비와 같은 시설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B&B나 호텔에는 건조장이 없으니 참고하시길.


힘들었던 당시에 비해 돌이켜보는 지금은 그저 그리운 마음으로만 한가득이다. 5년 후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일단 두고 보기로 하고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지을까 한다. 턱없는 정보들이지만, 이 글이 CTC를 걷고자 하는 분들에게 대략적이나마 이해를 돕는데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산티아고순례길에서의 '철의 십자가(Cruz de Ferro)' 돌 놓기와 비슷한 관습이 여기 CTC에도 있다. 서쪽 끝 바다인 세인트비스 해안에서 주운 조약돌을 동쪽 끝 바다인 로빈후즈베이에 내려놓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길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에다, 걷는 동안 짊어졌던 몸과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다는 끝맺음의 자발적 의식을 더한 행위이다. 나는 굳이 해변의 돌멩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지 않아 동참하지 않았지만, 원한다면 길을 걷기 전 미리 염두에 두자. 마음에 드는 조약돌을 찾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잘 걸어왔다.

그래, 이제 얼마간 내려놓자. 끝.


<bye bye, 길의 순간들>



*비수기 2편, 영국 CTC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관심 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브런치북은 비수기 3편, 산티아고순례길-프랑스길a입니다. 프랑스길의 경우, 분량이 많아 a와 b 두 권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당분간 월/수/금 연재할 예정입니다. 첫 화는 내일 수요일 오전 8시에 바로 업로드됩니다. 구독라이킷으로 따뜻한 발자국을 남겨 주세요. 구독을 하시면 새 글 소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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