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출발

비수기, 어쩌면 모든 것의 시작

by 달여리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다. 바깥을 걷는 이야기다.


애초에 이 여행을 <비고>라 명명했다. 비고(b-go)는 다음 챕터(Side-b)의 시작(go)을 의미하며,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인 be going to이자, 바탕을 위한 참고가 될 비고(備考)를 뜻한다.


3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본질이 훼손되는 그 느낌이 싫었다. 사실 그럴 줄 이미 알고 있었다. 10년 전에도 똑같은 경험을 반복한 바가 있다. 퇴사를 준비하며 또다시 여행을 계획했다. 그 계획에 트레킹 일정을 마구 끼워넣었다. 아일랜드의 위클로웨이와 영국의 CTC, 산티아고순례길 프랑스길과 포르투갈길. 여행이라기보다 걷기였다. 걷기를 중심에 둔채 빈칸을 채우듯 나머지 일정을 조율한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4개월 간의 계획이 세워졌다. 어쩌다보니 유럽이 중심이 되는 여행이 됐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전에


일단은 좀 걷고 싶었다.

제대로 걸어본 적도 없으면서 그랬다.


이건 정말 '걷는 이야기'이다. 걷기를 뺀 나머지 여행은 모두 다 덜어내기로 했다. 시작인 아일랜드 위클로웨이에서부터 순차적으로 풀어내보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게 1탄쯤이 된다.


이 이야기에는 <비수기>라 이름을 붙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비수기였다. 비수기이니 떠날 수 있는 여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수기라기엔 한참 부족한 글들이다. B(급)수기나 그마저도 안될 비(非)수기 쯤으로 보면 되겠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비수기란 이름은 뭐 그런 의미이다. '비고(備考)'였던 여행의 뜻을 담아, 이 비수기가 다음 챕터(side-b)를 위한 미약한 움직임(be going to)이나마 되길 희망해 볼 따름이다.


우여곡절도 있었을까. 길 위엔 그저 나란 존재가 있었다. 그럴래야 그럴 수도 없겠지만 길과 걸음에 대한 전문적인 어떤 것을 말하려고 하는 건 전혀 아니다. 퇴사 후 여행을 떠났다는 둥, 어쩌면 그런 흔하디 흔한 이야기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거나말거나 이 기록의 첫 장을 펼쳐보려 한다. 들어가며,


나서는 이야기를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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