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예쁘지만, 가끔 왜 혼자 있고 싶지?’
가정의 위기
워킹맘에게 퇴근은 없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다시 집으로 출근. 아이가 잠든 후에야 비로소 퇴근이다.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 거실에 나오면 밤 10시 정도. 아이를 챙기느라 나중에 먹어야지, 했던 저녁밥은 진작에 식어 말라버렸다. 말라버린 밥처럼 체력도 이미 바닥났다. 밥보다는 맥주 한 캔이 더 간절할 때가 잦다.
이런 상태에서 그날 해야 할 집안일을 맞닥뜨리는 건, 정말이지 악몽이었다. 머리카락이 떨어지기만 해도 못 견뎠는데, 아이와 함께 지내는 집을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돌아서면 치우고, 또 돌아서서 치워도 끝이 안 났다. 무한 반복되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쌓였고 조금 내려놓자, 스스로 타협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한번 내려놓았더니 걷잡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 결국,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퇴근 후 어지러운 집 상태는 꼭 내 마음과 같았다. 스트레스에 스트레스가 쌓여 나중에는 집에 들어가는 게 불편해질 정도였다.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온전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방해 없이 잠도 실컷 자고, 멍하게 있어도 보고, 당장 내키는 일만 할 수 있는 상태를 누리고 싶었다. 어느 날은 도망치고 싶었다. 아주 잠깐, 나만 생각하면 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나의 가족이지만, 내 모든 걸 걸고 지켜낼 아이지만,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아이에게 집중하다 보니, 남편을 서운하게 만들기도 했다. 남편은 연애할 때나 결혼을 하고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지금까지 변한 게 없었는데, 나는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엄마인 내게 우선순위는 아이였다. 미안했지만, 아빠니까 당연히 이해해주겠지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이것도 이해 못 하면 어떡해!’ 이기적인 마음이 불쑥 솟아올랐다. 내게 남편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랬던 우리가, 좋아하는 맥주를 앞에 두고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권태기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도 싫었는데. 남편도 나도 지쳐있었다.
이따금 아이를 훈육하는 일로 의견 차이도 생겼다. 아이가 태어나고 복직하기 전까지, 싸움다운 싸움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범주에 아이가 포함되자, 우리의 관계도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