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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Nov 22. 2020

때로는 엄마의 ‘촉’이 정확하다

중심 잡기

“지역 맘 카페를 봤는데, 그 어린이집이 별로래. 어쩌지?”



며칠 전, 집 근처 어린이집에 상담을 다녀왔다던 동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상담 직후 주고받은 메시지와는 느낌이 달랐다. 등원 전이지만, 걱정은 한시름 놓은 듯 보였는데, 다시 마음이 일렁거리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래? 재원생 학부모가 그래? 별로라고?”

“아니, 주변 사람에게 들었다면서 댓글을 달았더라.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까?”



누가 말했던가. ‘부모의 마음은 갈대’라고.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이 줏대 없는 부모의 마음처럼 보였나보다. 육아와 교육은 정보력 싸움이라는 말, 틀리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지역 카페에 난무하는 ‘솔직 후기’와 ‘카더라 통신’은 육아가 처음인 엄마, 아빠에게 불안함만 더할 뿐이다. 끊임없이 ‘지금 선택이 최선인지’를 고민하는 부모들을 혼란하게 만든다.   



워킹맘을 시험에 들게 하는 순간이 있다. 첫 관문은 어린이집 보내기. 집 주변 어린이집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서 시험을 시작한다. 아이 낳은 몸을 제대로 추스르기도 전, 시간 날 때마다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마음에 뒀던 어린이집 후기를 찾아보다가 성에 차지 않아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평가는 갈렸다. 누구는 ‘그곳만 한 어린이집이 없다. 보내면 후회 없을 거다’, 댓글을 남기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개인 쪽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알려왔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시행하는 어린이집 평가는 평가 항목에 따른 점수가 수치화돼 특정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엄마들은 평가 인증 어린이집인지보다 선배 엄마들의 경험에서 비롯한 생생한 후기에 목마르다. 교사가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은 어떤지, 간식은 어떤 종류가 나오는지, 보육 방향은 무엇인지, 보육 공간은 어떻게 구성돼있는지…. 이런 알짜 정보를 얻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렵게 모아도 문제다. 평가나 후기가 한결같으면 좋을 텐데, 누구는 좋다 하고, 또 누군 아니라고 하니 말이다. 결국, 선택은 부모의 몫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참 진부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속담이다. 직접 보고 묻고, 확인하면서 ‘엄마의 촉’을 곤두세워야 했다.



몇 차례 엇갈리는 후기를 접하고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보육 시간을 피해 직접 상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첫 번째 찾아간 어린이집은 (카페 후기에 따르면) 국공립으로 전환이 예정된 곳이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했다는 점도 좋은 조건이었다. 크게 걸리는 부분이 없다면 이곳을 보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런데 상담을 시작한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얼른 나가고 싶었다. 빈 보육실에 들어가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원장은 특별활동비에 대한 설명만 장황하게 늘어놨다. (어린이집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원마다 다르게 진행되는 특별활동 비용은 원생이 각자 부담한다) 아이 연령 반에서는 특별활동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보육 방향에 대해 묻자, 그런 게 꼭 필요한 건지 되묻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길로 차선으로 생각해뒀던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한 채를 개조해 만든 가정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았다. 대신 안락함이 있었고, 아이도 크게 낯설어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원장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꺼내 부모가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당직 교사는 아이 곁에서 놀이 상대가 돼줬고, 아이도 즐거워했다.



오전 간식은 매일 아침 조리사가 직접 끓인 죽을 제공하고,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와 활동을 준비하는 점,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 교사들이 근무하는 점, 맞벌이 가정을 위해 퇴근 이후까지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한 점 등이 마음에 들었다. 직접 상담하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아이는 이곳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시 갈대를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부모도 사람인데…. 흔들려도 괜찮다. 뿌리만 뽑히지 않으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 내 아이가 자라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여기에 ‘엄마의 촉’을 더하면 내공 있는 갈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흔들리고 또 흔들리면서 땅속 깊숙이 뿌리를 뻗어내는 중이다.



*이 글은 조선뉴스프레스 온라인 매체 '마음건강 길(mindgil.com)'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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