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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an 30. 2021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야 할 때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를 돌보기

“주말에는 뭐하셨어요?”

“그냥 집에 있었어요. 나갈 수가 없으니, 뭘 할 수가 있어야죠.”

“요즘 같으면, 주말이 기다려지지 않아요. 온 식구가  공간에서 아옹다옹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눈에 보여요. 얼마나 더 이런 생활을 해야 할까요?”



주말을 보낸 월요일. 직장맘이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는 지난 주말에 아이와 무엇을 하면서 보냈느냐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건 서로 알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뭔가 있길 바라면서 묻는다. 예상대로 공원 산책, 등산, 캠핑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요즘은 집에서 답답해하는 아이들과 콧바람을 쐬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 ‘우리 집이랑 다를 게 없구나.’ 어느 집이나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면, 지난 주말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던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어른도 이렇게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는 거예요. ‘엄마’라고 부르는 것조차 거슬리더라고요.”

“맞아요. 아이는 늘 하던 대로 엄마와 놀고 싶었을 뿐인데, 그거 하나 받아주지 못하고 싸우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요. 결국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마는 엄마라는 게 죄책감이 들어요.”

“혼내고서 잠든 아이를 보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어요. 월요일, 회사에 출근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죠. ‘어제는 왜 그랬을까?’ ‘이따 퇴근하면 꼭 아이와 놀아줘야지’ 하면서요.”     






‘집순이’였던 나에게도 코로나19의 영향은 컸다. 스스로 선택할 여지가 있는 것과 외출 금지를 당하는 건 전혀 다르니까. 1년 전만 해도 주말 중 하루는 아이와 바깥나들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말이니까 늘어지게 잠을 자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다. 그런데 처음 마주하는 환경, 상황에서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재미가 있었다. 매주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은 집순이 엄마도 집을 나서게 했다. 맛집에서 식사하고, 후식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기분 전환하는 시간도 좋았다. 마냥 집에서 쉬는 것보다 일상에 활력도 생겼다.



그러다 주말 외출을 멈추자, 몸과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다. 답답함을 넘어 늘 긴장 상태에서 생활하고, 걱정과 불안을 거두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속수무책으로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데 무기력함을 느꼈다.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 돌아서서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부리고, 온종일 그 생각에 매몰돼 애꿎은 남편만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해야 했다. 짜증과 분노, 죄책감과 미안함. 수많은 감정이 하루에도 여러 번 오가는 통에 스스로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자괴감도 들었다.



이런 나의 감정적인 흔들림은 남편이 먼저 알아챘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힘들어하고,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마시러 나가지 못하는 마음을 헤아려줬다. 얼마 전, 집 근처 비즈니스호텔에서 하룻밤 푹 자고 오라는 남편의 말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함께 놀자던 아이의 요구를 외면하고 동굴을 파고 들어가던 내 모습이 생각나 얼굴이 벌게졌다. 또 한 번, 나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택근무하는 날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씨름하는 남편인데, 나는 참 이기적이고 나약한 사람 같아서.      






다시 직장맘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음, 솔직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혼자 뭘 하고 싶은데요?”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하루쯤 휴가를 내고 혼자서 영화 보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었어요. 혼밥(혼자 밥 먹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요. 참 별거 아닌데…. 지금은 제일 간절해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브레이크를 밟고 내려서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속도를 더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왜 감정이 요동치고 있는지를 한발 뒤로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롤러코스터를 멈출 수 있다. 그래야 감정에 휘둘리는 나를 지켜낼 수 있다. <엄마니까 느끼는 감정>의 저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우열 원장은 말한다.



“지금은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만큼, 또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만큼 엄마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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