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영양제 폭식하는 여자
부지런해야 건강도 되찾는다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 늘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있다. 아프니까 진료를 받았고, 아프니까 통증이나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을 처방받아 오는 건 당연한데, 약봉지를 받아들면 한숨부터 나온다. 의사 선생님은 3일 동안 약을 먹어보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병원에 다시 나오라고 했다. 증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딜 가나 처방해주는 최소 일수는 3일 정도. 3일이나 약을 먹어야 한다니.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 먹는 약은 그나마 낫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 번 꼬박 챙겨 먹어야 할 때는 먹기도 전에 질려버리곤 한다. 처방받은 약을 끝까지 먹은 적도 손에 꼽는다. 특히 감기약은 3일 치를 다 챙겨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아파서 처방받은 약도 이럴 진데, 영양제는 말해 뭐할까.
요즘 사람들에게 영양제는 필수가 돼버렸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불균형한 식사 습관 때문에 몸에 이상 증후가 나타나면 영양제부터 찾는다. 현대인들이 필수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는 왜 그리도 많은지. 한 번에, 한 주먹 가득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사람도 본 적 있다. 매일 빼놓지 않고 영양제를 챙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낀 적도 여러 번이다. 치료를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약도 거르는 내게 그들의 부지런함은 본받아야 할 대상이다.
삼시세끼만 잘 챙기면 영양제 따위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창 몸을 챙길 때는 끼니마다 현미밥과 쌈 채소를 빼놓지 않을 정도로 유난을 떨었으니까. 그 흔한 밀가루조차 허용하지 않아서 같이 밥 먹기 까다롭다고 눈총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랬던 내가 하루에 제대로 된 밥 한 끼 챙겨먹는 것도 감지덕지하게 된 지도 벌써 몇 년째다. 아이를 낳고 돌보느라 끼니를 거르는 게 습관으로 굳어지고 나니, 스스로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체력이 떨어졌다. 남들처럼 영양제라도 제때 챙겼으면 좋았을 텐데, 젊음만 믿고 건강을 자신했던 결과는 참혹했다. 넘어진 도미노 조각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순식간에 건강이 무너져버렸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다짐했다. 매일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로. 이제 귀찮다는 핑계를 대는 것조차 사치가 돼버렸으니까. ‘덜 아파서 그래’라던 지인의 농담이 진지하게 다가온 걸 보면, 어지간히 절박했던 모양이다. 집에 있던 영양제를 살핀 후, 유산균 제품 하나를 추천받아 주문했다. 유산균과 종합 비타민, 마그네슘, 철분, 오메가3까지. 이것들을 하루에 다 먹으려니, 정말이지 쉴 틈 없이 먹어야 하더라. 거르지 않고 먹기로 스스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습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서둘러 출근하느라 잊고,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깜빡하고, 퇴근 후에는 내일부터 잘 챙기자며 미뤘다. 아차,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시계를 봤더니,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 그래, 먹고 소화하고 자자. 안 먹는 것보다 먹는 게 낫겠지. 그렇게 손바닥 위에 하루치 영양제를 가지런히 줄 세우고 나서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시원한 물 한 컵을 더 마시고 앉아있는데,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아이가 잠든 후 늦은 저녁을 먹던 습관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인데, 영양제를 폭식하고 있는 내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또 한 번 다짐했지만, 이후로도 여러 번 밤마다 영양제를 폭식하고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휴대용 약통에 영양제를 덜어서 회사 책상 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뒀다. 영양제별로 언제 먹는 게 가장 좋은지도 꼼꼼하게 검색했다. 영양제를 제때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부지런함, 그리고 꾸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