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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교 Dec 10. 2021

책 욕심

좋아하는 것들을 대할 때면 욕심이 과해지곤 한다. 요만큼만 해도 되는데, 아니 요만큼조차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늘 이만큼은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마쳐야 할 업무를 대할 때보다 나의 능력과 열정을 과대평가하곤 해서 '아휴, 또 또 욕심부렸어' 한다.



며칠 전만 해도 그렇다.

끝내야 할 원고를 털어내는 게 목표였는데, 그걸로도 모자라 읽던 책까지 기어코 데려왔다. 얼른 써놓고 읽어야지 욕심을 부렸다.

어쩌면 좋니 너를.



그래도, 꽤 오래 고민했음에도 풀리지 않던 글의 실마리를 찾았고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가만히 응시하게 만든 문장을 만났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책을 읽을 새가 있느냐고 했더니, 웬걸요, 신문 읽을 새도 없다고 하면서 수줍은 듯 미안한 듯, 어려서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읽고 외로움을 달래고 살아가면서 많은 힘을 얻은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그의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존경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중략)...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선생님도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같은 걸작을 쓰시길 바란다는 당부 겸 덕담까지 했다. 어렸을 적에 읽은 그 한 권의 책으로 험하고 고단한 일로 일관해온 중년 사내의 얼굴이 그렇게 부드럽고 늠름하게 빛날 수 있는 거라면 그 책은 걸작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p71

봄날의책 한국산문선 <탱자> 中
박완서 '트럭 아저씨'의 일부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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