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새가 있느냐고 했더니, 웬걸요, 신문 읽을 새도 없다고 하면서 수줍은 듯 미안한 듯, 어려서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읽고 외로움을 달래고 살아가면서 많은 힘을 얻은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그의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존경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중략)...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선생님도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같은 걸작을 쓰시길 바란다는 당부 겸 덕담까지 했다. 어렸을 적에 읽은 그 한 권의 책으로 험하고 고단한 일로 일관해온 중년 사내의 얼굴이 그렇게 부드럽고 늠름하게 빛날 수 있는 거라면 그 책은 걸작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p71
봄날의책 한국산문선 <탱자> 中
박완서 '트럭 아저씨'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