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잠만 자는 아빠
기다리고 기다린다
이제 오후 두시
그림도 그리다
비눗방울도 불다
책도 보는 시간
일요일인데
아빠는 세상 잠만 잔다
드디어 잠에서 깬 아빠가
내 이름을 부르자 쪼르르 안방으로
말 없이 손을 잡고
슈퍼로 걸어가서
구구콘을 사주시며
겉껍질을 까주셨다
하루종일 일만하는 아빠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제 밤 열시
숙제도 하다
티비도 보다
잠이 오는 시간
토요일인데
아빠는 아직 집에 없다
드디어 도착한 아빠가
내 이름을 부르자 쪼르르 현관으로
왜 안잤어, 늦은시간
아빠의 손엔 구구콘
집에 없어도
마음은 내곁에
달달하고 고소한
차갑고 아삭한
구구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