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면, 왜 이렇게 아플까.
가정을 잃는 것은 두렵지만, 나를 잃는 건 훨씬 더 두렵다.
그는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랑이 조금 무섭다.
사랑한다는 말의 두껍고 단단한 목줄이 내 목을 천천히 조여왔다. 숨이 가쁘다.
기분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 그는 나를 훈육하고 단련하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목줄" 이 있는지도 몰랐다.
달콤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맑은 날씨에 피크닉, 생각이 깃든 선물들.
맛이 있는 것을 넘어 입안에서 녹던 고기와 와인.
처음엔 따뜻한 햇살 같은 다정함인 줄 알았다.
"너의 하루가 궁금해"라는 말을 가장한 수십 번이 넘게 울리는 벨소리는 결국 나를 미쳐가게 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따뜻했지만, 가까이 가면 타 죽을 만큼 뜨거운 날씨 같았다.
잘 걸어가다가도, 그의 기분이 나쁘면 세상은 얼음! 하며 멈췄다.
기분이 풀어져 땡! 하면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행복한 커플이 되었다.
그런 패턴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그 말은 내 뒤통수를 후려쳤고, 그 아픔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도 맞는 말이어서 아팠을 것이다.
그의 말은 잔인했지만, 내 안의 무언가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늘 "나를 위해" 일어나라고 말했지만,
그 말은 나를 더 깊이 잠재우는 최면 같았다.
나는 점점 그의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말이 나의 생각이 되고,
그의 감정이 나의 감정이 되었다. 나는 점점 그가 만든 인형이 되어갔다.
사랑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 통제였다.
그가 던진 말들 속에서 나의 참된 자아는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그 슬픔 속에서
나는 아주 조용한 깨달음을 수천 번 맞이했다.
그를 무던히도 이해하고, 그 대신 합리화하려 애썼던 시간은
결국 내 안의 상처 입은 아이를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 알고 싶어서 찾도 또 찾다 보니, 나는 도리어 나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의 세계에서 길을 잃은 줄 알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오히려 진짜 나를 발견하려 몇 번이나 오던 길을 뒤돌아보며 결국 그 세계를 빠져나왔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상처의 기록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제" 속에서 무너지고, 깨지고 치유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세계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다면,
이 글이 당신의 마음을 깨우는 첫 알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일어나, 그곳에서 씩씩하게 걸어 나오길 바란다.
나는 오랫동안 머물렀던 그의 세계를 벗어나, 그동안 닫혀 있던 나의 세계를 다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