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램
딸의 남자친구는 파라과이 출신 교포.
23살 차이.
엄마는 나를 22살 4월에 결혼해서 허니문 베이비로 가졌다. 선을 보아 첫 남자랑 결혼한 엄마는 첫딸이었고, 나는 그런 엄마의 첫딸이었다.
시어머니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것을 알고 제일 먼저 아들을 결혼시키기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버님 소원이 아들 장가가는 거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그렇게 어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아들에게 묻는다.
너 만나는 여자가 있니?
나는 그 마침 만나던 여자였다. 교제한 지 막 1년 차인 우리는 결혼 이야기는 여느 커플들처럼 했었지만, 정작 결혼의 디테일은 한 번도 얘기해 본 적 없었다. 그런 나에게 남자친구는 조심스레 물어왔다.
"엄마가 자기 어머니를 한국에 가신 김에 만나보기를 원하시는데, 어떻게 생각해?"
엄마께 여쭤보니 흔쾌히 그러겠다 말씀하셨다. 엄마는 내가 소개해주는 몇 안 되는 남자친구를 늘 소개받아 밥을 사주셨던 분이다. 그리고 늘 그 후는 같은 말이 돌아왔다. '친구로 잘 지내, 넓게 사람을 많이 만나봐'.
어머니와 엄마 두 분은,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하신 뒤 서울의 어떤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시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정확히 말해주시지는 않았다. 엄마는 그저 내게, 남자친구 엄마가 결혼을 이야기하셨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좋은 분인 것 같다. 결혼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너만 좋다면.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남자친구가 나를 데려가 고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엄마의 굳은 믿음말이다.
지금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다.
"엄마는 괜찮았어? 내가 엄마가 사는 곳에서 비행기로 40시간 떨어진 곳으로 시집가도?"
그럼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네가 행복할 줄 알았어, 그리고 그렇다면 나는 네가 얼마나 멀리 있던, 얼굴을 못 보아도, 엄마는 괜찮을 것 같았어."
엄마의 바람이란 그런 것이었다.
엄마와는 달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내가, 엄마와 멀리 살아도,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근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라. 행복과 안정은 결혼한다고 자동적으로 생기지 않더라,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