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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Jun 01. 2024

아빠의 바램

아빠가 바라던 내 결혼상대는 나이 차이 별로 안나는 평범한 사람. 

"나이 차이 별로 안나는 평범한 직장인 만나면 좋겠다."

엄마와 아빠는 7살 차이로 아빠는 자영업을 하셨다. 대화가 없던 부모님은 나이차이를 핑계 대셨고, 회사원이셨다가 자영업을 하면 우리와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빠의 열 평 남짓한 가게는 일주일의 6일 혹은 7일 하루 10시간 이상을 앗아갔다.


그리하여 아빠는 나에게 너는 나이차이가 나지 않는 평범한 직장의 남자를 만나 비슷하게 행복하게 살아라- 하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했다. 아니, 그렇게 했다고 믿었다.


우리는 둘 다 뉴욕에서 대기업을 다니는 평사원으로, 남편은 나보다 세 살 많은, Publicis 뉴욕 사옥에서 UX디자이너로, 나는 랄프로렌에서 아우터 디자인 팀에서 근무했다. 우린 26세, 29세의 흔한 직장인으로 친한 친구들이 만난 자리에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여기까진 너무나 평범했다.

어느 날 그가 고향인 파라과이로 일순간 돌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지기까지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뉴욕에서 시작된 이야기 같지만 뉴욕은 거의 아니,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린 뉴욕이라는 버블 안에 살아가는 한 회사의 부품이었지만, 파라과이로 강제이송(?) 되며 그 뉴욕의 버블 안에서 발가벗겨진 채 나오게 되어버린다.


그는 한순간에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나온 엘리트에서 20대의 끝자락에서 일면식도 없는 11명의 현지인 직원들과 독하신 아버지의 중장비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고, 나는 뭣도 모른 채ㅡ 그러니까- 스페인어 경험 전무, 운전 경력 전무, 가족 0명, 친구 0명, 시댁식구만 있는 곳에 겁도 없이 이민을 온 입장인 것이다. 피장파장, 너 죽고 나 죽고. 하지만 우린 살려고 온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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