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당근

2026년 신춘문예 도전작!

by 다마스쿠스


흙을 털자, 굽은 당근의 속살이
겨울빛처럼 옅게 퍼진다.


구순 넘어 굳은 손은
약이 된다며
퉁퉁 썰어 찐다.


지문 닳은 손끝이
김 오른 뚜껑을 열면
어느새 조용히 붉어져 있다.


단맛이 스며들면
마주 보던 입가도
스르륵 풀리고,

떨리던 젓가락이
내 앞으로 다가오면
나는 여전히
받아먹는 사람이 된다.


서른을 훌쩍 넘긴 겨울,
익어가는 것은
당근뿐이 아니라는 듯
달디단 온기를
나는 다시 한번 받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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