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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Sep 13. 2024

2.1 나를 고쳐줘

제발, 난 괜찮으니!

"혹시.. 내가 말을 틀리게 하면 나를 고쳐줄 수 있을까? 발음이든, 단어든, 문법이든.. 부탁해."


아무리 뉴질랜드에서 1년 반을 영어로 생활했다고 해도,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

기숙학교에서 첫해 들어간 방은 엘레베이터 없는 오래된 건물의 4층에 위치했고, 새로 만난 룸메이트 두 명은 미국 여자아이들로, 한 명은 코네티컷, 한 명은 뉴욕시티 사람이다. 한명은 녹색의 아름다운 눈을 가졌고, 다른 한명은 밤색의 윤기있는 머릿카락을 자랑했다.


자유분방한 이 아이들에게 나는 첫 한국인 친구였고, 꽤 귀여운 존재였다(?!)

애들 말로는 "넌 발음이 특이해 ㅋㅋ" 라며 재밌었고, 동그란 내 빨간 뿔테 안경도 귀엽고, 암튼 너는 동글동글하다며 챙겨주었다.


그리하여 용기 내어 한 말이었다. 날 고쳐달라고, 아니... 내 영어를 고쳐달라고 말이다.

대화를 할 때 이해가 안 되거나 발음이 구리거나, 문장이 이상하면 너의 생각에 맞게 조언해 줄 수 있냐고, 나 정말 영어 배우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러마, 하고 나를 안심시켰다. 네 영어 낫배드라며... (하하.. 고마워)


용기가 생긴 나는, 학교에서 새롭게 친구를 만나서 어느 정도 친해지면 조심스레 물었다.

내 영어가 이상하면 무례한 것 절대 아니니, 꼭 지적해 달라고 말이다.


이렇게 체면 생각하지 않고 부탁하고, 아이들이 도와주면 고치도록 수없이 노력했다.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상관없었다, 고칠수만 있다면...

특히 would는  wood발음이라고 하며 엄청 배꼽 잡고 웃기에 하하 웃으며 발음 연습에 집중하기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스피킹을 연습했다.

이런 내가 재수 없었는지 어쨌는지 열명 남짓한 한국인들 사이에서 호되게 왕따도 당했다.

이유는 미국친구들한테 나이스해서......... 그리고 그만큼 상급생 한국인을 대우해주지 않아서였다.

그 친구들은 참 좋은 애들이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주동자의 지휘아래 나를 무시했다.


만 오히려 좋아!


마음속으로 차라리 잘됐다, 난 여기 한국사람들하고 주로 어울리려 온 것이 아니야.

무시해 줘서 고마워, 이 기회를 삼아 영어를 더 배우고 미국인들의 문화와 언어를 스펀지처럼 습득할 테다.


이렇게 2년 동안 영어를 습득한 탓에 대학교 1학년에 들어가자 나더러 한인교포냐, 캘리포니아 원어민 발음 같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래서 고맙다! 덕분에 나는 영어를 더욱 배울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제아무리 유학을 아무리 한다 해도, 아주 어리지 않은 이상 저절로 영어가 배워지지 않는다.

나는 더욱이 고1 때부터 영어를 배웠기에, 노력을 꼭 해야지만 단어를 암기할수 있었고, 쓰기는 무조건 작정하고 써야만이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다.


처음 낸 용기, 쪽팔림 없이 다가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청하는 절실함이 기숙학교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게끔 도움을 준 것 같다. 고로, 모르면 물어라.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 하고, 귀찮아하지 않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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