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폭 둘러진 나의 기숙사 학교
살아있는 도시, 잠들지 않는 도시. 빅 애플, 꿈의 도시. 뉴욕이란 그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뉴욕 '주' 에 있는 '뉴 레바논'이라는 도시는 이보다 더 조용할 수는 없을 정도로 적막하고 아름다웠다. 뉴욕의 JFK 국제 공항에서 내려 무려 세시간을 달려 굽이 굽이 산과 들과 밸리를 지나 아씨 언제 도착하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때쯤 나는 그 곳에 도착했다.
뉴욕주 산기슭의 기숙학교 말이다.
엄마와 같은 년도 1월에, 내가 갈만한 기숙학교를 고르러 네군데 학교를 눈보라 속에 투어했고, 이곳은 나와 엄마의 선택을 받았다.
청아하고 아름다운 작은 호수가 있고, 루스틱한 건물들이 캠퍼스 전체를 정겹게 이루고 있는 학교.
나는 이곳에서 작은 미국을 경험하기도, 치열하게 잠못드는 밤도, 세계적 재벌 3세와 같은 수업을 듣기도, 비오는 날에 축구를 하기도 하며 2년을 지냈다.
서울에서 태어나 쭉 자란 도시소녀가, 산에 둘러쌓인 고립된 기숙학교를 다니다니. 고등학교때 한 학년에 400명인 학교에서, 나는 전교생 9-12학년까지가 고작 120명인 학교로 전학오게 된다. 뉴질랜드의 여고도 꽤 큰 학교였다.
네개의 바퀴가 위태위태한 이만원 짜리 삼단 이민 가방 두개를 억지로 질질끌고 학교에 혼자 몸으로 도착한 날이 어제처럼 눈에 선하다.
적막한 밤에 풀벌레가 우는 소리, 초가을의 시원한 바람에 나뭇잎과 잔디가 흩날리는 소리. 도착한 기숙사 창문에 어린 따뜻한 불빛. 오래된 건물의 축축하고 시원한 공기.
이곳에서 영어를 심도 있이 배우며 영문학을 사랑하게 됬고, 이곳에서 손전등을 이용해 몰래 밤새 공부하며, 이곳에서 풋사랑에 가슴 떨려했다. 이곳은 내 인생의 첫 설레임을 가져다 준, 소중하고 은밀하며- 불타는 의지와 미국에서의 자유- 그리고 목표의 실현을 가능케 해준, 내 첫 기숙사 생활이자 미국의 고등학교다.
다음 다섯편의 글에서 풀어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