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힘이 있어야 하지!
뉴질랜드에 오기 바로 전 2004년 6월, 여고생인 나는 새로 부임하신 잘생긴 체육선생님 앞에서 몸무게를 재는 치욕, 일분에 몇개 못하던 줄넘기를 하고 헥헥대는 모습을 둘다 보여드렸다. 인생수치...
그런 상태로 뉴질랜드에 왔는데 여기서도 체력장이 있을 줄이야. (ㅋㅋㅋㅋㅋ)
헛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도착하고 한달인가 있다가 바로 체력 테스트를 한단다.
하...
당연히 꼴찌, 제일 낮은 등급이다. 역시....
또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살빼기, 건강해지기.
일년안에 11키로를 건강하게, 한번도 굶지 않고 뺀 비결(?) 은 다음과 같다.
1. 간식 줄이기.
안먹는다고는 못한다. 그러나 많이 단 음식은 철저하게 나눠 먹었다. 예를 들면, 스니커즈바 하나를 사서 한달동안 소량으로 나눠 먹었다. 죽을것 같이 먹고싶을때만 아주 조금을 떼어먹었다.
2. 학교 운동장 수업끝나면 10바퀴 뛰기 (주 4-5회)
홈스테이 했던 호스트 패밀리 집 발코니에서 학교 운동장이 보였다. 학교 건너편이란 말씀!
학교는 오후 6시까지 닫지 않으니, 수업이 끝나고 교복 갈아입고 가방을 둔 다음, 친한 친구 레베카 (얘도 살빼고 싶어했음!)와 운동장 열바퀴를 조깅하고 걷는다. 주 4-5회, 과외 선생님이 오기시 전에 운동을 했다.
3. 잠 자기 전, 하늘 자전거 100회 밑 아무 다리 운동, 뱃살 운동 윗몸일으키기 닥치는 대로...
다음날 학교에 가야하기에 적어도 11시에는 자야한다. 공부를 밤 10시까지 보통 하고, 나머지 한시간은 샤워하고 불을 끈 상태에서 운동을 한다. 하늘 자전거 타기, L자 다리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등. 되는데로 아무 운동이나 30분-1시간 사이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인다. 이미 조깅을 했기에 몸이 가볍다.
4. 밥 양을 줄이기, 인스턴트 주중에 안먹음.
호스트 패밀리 아줌마가 중국분이었기에 천만다행으로 가정식으로 매일 밥을 해주셨다. 그집 딸들은 말랐고 (40-45키로) 나는 70키로여서 아줌마가 처음에 몸매유지(?)를 위해서 밥을 한움큼 퍼주셨는데 내 뱃살 가르키며 안되는 영어로 "다이어-트! 플리즈" 이러니까 바로 알아들으시며 밥 양을 조절해 주셨다. 하아...
그래서 건강히 먹기도 했고, 양도 줄이고. 주말에 가디언 선생님 집에 가도 덜 먹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했다.
5. 체력장에서 나온 종목들 다섯가지를 수시로 연습
일년에 한번하는 체력장이지만 테스트 하는 부분은 똑같기에 그것들을 잘하는 것을 목표로 연습했다. 유연성을 테스트하는 팔 앞으로 뻗기는 매일 해서 몸이 유연해지게 만들었고, 달리기도 몇초 단축하는지 보면서 빨리 달리기 하고. 윗몸일으키기 1분에 몇번하는 것을 테스트 하니까 그것도 엄청 열심히 단련했다.
그 결과 1년만에 나의 체력장은 E, EXCELENCE 를 받았고, 체육 선생님 (이번엔 여자분이었음)은 아이들이 다 있는 곳에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이거봐라! 우리 1년동안 체력테스트에서 너네 학년 1등이야.
영어도 처음에는 못해서 체력장 뭐 하는지도 몰랐던 애가 체력을 이렇게 길렀어. 정말 몰라보게 바뀌었고 나는 정말로 자랑스럽다!"
체력이 있어야 공부를 한다는 생각, 나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공부를 향한 열망이 불러온 다이어트.
이 기억을, 이 성취를 가지고 나는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