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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Sep 24. 2024

엄마의 가르침

세이노의 가르침보다 일찍 배운 것들.

얼마 전 "세이노의 가르침"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파라과이에서는 한국 도서를 접할 수가 전혀 없기에 나는 보통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구글플레이북스를 이용해 결재하고 내 온라인 책장에 저장하곤 하는 것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어떠한 가르침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생각났다.

나는 이미 이러한 가르침을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에게서부터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어릴 때부터 최근 기억까지 무수히 가르쳐 주시고 몸소, 그리고 책 추천을 통해 엄마는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셨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나누려 한다.



1.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어.

-> 일곱, 여덟 살이 되기도 전에 나와 동생은 달동네를 한참 걸어 내려가면 나오는 모래내 시장으로 심부름을 자주 갔다. 시장에 도달하기 전에는 "연금마트"라는 곳이 있었는데, 엄마는 종종 그곳으로 우리 자매를 보내 작은 것들을 사록에 하셨다.


어느 날, 동생과 둘이 연금마트에 들렀다가 비디오테이프 "노트르담의 꼽추"를 보았다.

이미 비디오 가게에서 한번 봤다가 반납한 그 이야기를 감명 깊게 보았던 나는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비디오테이프를 사줄 수 없냐고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금액은 12.000원.


엄마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나는 오랜만에 사달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

그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어떤 때는 못 사는 때도 애도 있는 거야, "

이 뻔하고 흔한 말을 들은 어릴 때의 나는... 순응했다. 그리고 곧이어 알아차렸다. 세상엔 되는 것도 있지만 안 되는 것도 있으며, 떼를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때에는 절제하고 소비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엄마께 큰 고마움을 느낀다. 엄마가 만약 소비욕이 많아서 늘 사대 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었더라면 난 아마 소비를 못하면 답답함이나 슬픔을 느끼지 않았을까?  절제를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나지 않았을까? 하여, 내 아들들에게도 나는 늘 소비하기 전, "생각해 볼게, 그리고 다 가질 수는 없다"라고 말하며 절제를 대물림 하고 있다.


2. 머리에 있는 것은 절대 빼앗지 못해.

-> 초, 증, 고 시절 내내 엄마는 공부하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늘 배움을 강조하셨다. 공부해!라고 소리를 빽 지르는 엄마가 아닌, 사람은 늘 학습하고 배워서 풍성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엄마 자신이 늘 우리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배움의 소중함과 풍성한 감성을 기를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어떠한 모습이 우리의 현재일지라도, 머릿속의 지식이나 경험은 아무도 훔칠 수가 없는 것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주신 기억이 난다.


시험을 잘 못 봤을 때도 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네 머리에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하셨으며, 지식을 쌓는 것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강조하였다.

당장 있는 '부'는 도둑질할 수 있으나 머릿속에 지식이 있다면 다시 일어나고 성공할 수 있다고 하시며 늘 배워서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지적 곳간을 채우라고 조언해 주셨다.


3. 네 20년 후의 평판을 생각하고 행동해라.

-> 20살 즈음 들어오자 엄마와 나는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마음에 드는 글귀나 공감되는 것을 나에게 보내주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는 어느 영부인이 쓴 글이었는데, 너의 지금 모습이 20년 후의 평판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모든 행동과 말을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지금의 행동이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과, 지금 하는 일이 어떠한 것이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때는 잘 몰랐지만, 몇 년 후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정돈하며 늘 바른 몸가짐과 생각을 가지게 노력하게 해 준다.  


4. 비싼 것을 써봐야 비싼 것을 팔 수 있어.

->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정하기까지 엄마는 딱히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하지만 대학을 내 힘으로 붙고 보니, 그 즉시 비싸고 좋은 부띠크나 백화점에 데려가서 옷을 입어보고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가장 좋은 것, 마음에 드는 것. 그리고 품질을 겪어 봐야지만 최상의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다고 말하는 엄마는 역시 가구디자이너였다. 엄마의 제품들은 당시 고가의 제품이었으며, 엄마는 고풍스러운 가구들만을 찾아다니며 디자인과 성능을 늘 공부하고 배우셨다.

이 사실은 내가 어떠한 장사나, 생각이나, 공부를 할 때 늘 따라오는 생각이 되었다.

고급스러운 것을 많이 보고 경험하며 안목을 키우는 기회가 되었다.


5. 돈을 버는 것보다 절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이런 말들을 직접적으로 엄마는 꼭 집어 말해주셨다.

돈을 아무리 한 달에 1억을 벌어도 쓰는 돈이 9900만 원이면, 한 달에 500만 원 벌어 100만 원 저금하는 사람과 똑같다고 말해주었다.

큰 재산이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지키고, 불리는 것에 따라 부자가 되는가 가난한 자가 되느냐가 정해진다고 하셨다.

얼마를 벌든 간에 규모 있게 돈을 쓰고, 생각을 하며 자산 관리를 하라는 엄마의 깊은 뜻이었다.

그 뜻에 따라 나는 늘 가계부를 손에 들고 생각이란 것을 하면서 집안경제를 꾸리고 있다.

아마 엄마가 해주시지 않았다면 별 생각이 없이 돈을 벌도 썼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수없이 많은 가르침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지만, 늘 내 마음에 두고 기억하는 이 같은 인생팁들은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삶을 살아왔는지, 또 배운 것을 내게 전해주고 싶어 했는지 느끼게 해 준다.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자녀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제 값을 하며 살아가게 해주는 것일 게다.


엄마는 누가 흔히 말하는 커다란 유산이나 땅등을 물려주지는 않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과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셨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가르침이 큰 부와 풍족함을 스스로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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