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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Oct 30. 2024

엄마의 공책

지금도 엄마는 공책을 쓰고 있을 것이다.

엄마의 글씨는 바르고, 각이 져있다.

꼭 엄마처럼.


엄마가 가게문을 열러 출근하는 시간은 9시쯤.

쇼핑몰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에 나가신다고 한다.


엄마는 15일에 한번 화요일, 단 하루 쉴 수 있다.

벌써 그렇게 된 지가 3년도 넘었다.


나는 엄마가 이해가 안됐다.


"직원 쓰면 되지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하고 건강을 상하게 하는 거야?"

그러면 엄마는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냥 "그래도 엄마가 해야지..." 라며 웃어넘긴다.

몇번이나 내가 말했는데도... 니가 뭔데 상관이냐, 할만도 한데, 이런 말을 아예 하지 않는다...

설명을 많이 하지 않는 엄마다.




자라오면서 지금까지, 엄마는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설명도 구구절절하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다.

그냥, 몸으로 보여줄 뿐이다.


철저한 성격의 엄마는 "오늘 일은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는 철칙을 목숨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 바로 처리하기 때문에 남은 일이 없다.


오랜 시간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엄마지만, 요즘 다시 책을 읽고 더욱 많이 책 읽기에 빠져들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언젠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오랜 생각끝에 도달한 새로운 꿈이었다.


책을 구매하는 횟수도 많이 늘은 반면, 독서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매일 일찍 일어나는 엄마는 일이 끝나는 밤 8-9시나 아침 일찍 출근 전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린다.


유익한 자기 계발 책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엄마는 그 책들을 빌리거나 사면 나에게 종종 추천을 해주곤 했는데, 이번에 동생을 통해 파라과이까지 책을 보내준 엄마기도 하다.


자녀교육 책을 보내준 엄마의 심정은, 아마도 내가 아들들을 잘 키워내기를 무엇보다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딸인 내가 35살이 되었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엄마의 공책을 상상해 본다.


지금은 어떤 공책을 가지고 계실까?


벌써 한국에 못 들어간 지가 8년째.

엄마의 책상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엄마의 책상은 엄마가 일하는 곳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작은 아파트에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노랗고 분홍의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을 것이고, 아마 중요한 내용,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정겨운 정자체로 적혀 있을 테다.


엄마의 책상에는 책이 놓여 있을 것이고, 그 옆엔 엄마가 좋아하는 믹스커피가 있을 것이다...

작은 노트북에는 일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고, 그리고 그 곁엔 지금 쓰는 공책이 한권 있을 것이다.  


그 공책에 있는 내용은 분명, 큰 가치가 있는 것일 것이다.


엄마의 매일이 쓰여있는 그 공책이 궁금하다.

.

.

.

엄마의 매일을 잘 알고 있는 그 공책이 부럽기까지 하다.


나는 엄마의 공책이 부럽고, 또한 정겹다.


그리고 공책을 적는 엄마의 가녀리고 강단 있는, 옆얼굴이 그립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하여 엄마를 보면 물어보려한다.


"엄마, 나 엄마 공책 한번 봐도 돼?"


.

.

.


- 엄마의 공책,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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