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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Sep 26. 2024

2.5 변하지 마라.

Don't ever change!

"Don't Ever Change!"

아들 사진을 건네주자 리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변하지 마. (바뀌지 마.)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바뀌지 말라- 는 말일까.

번외)

산기슭 고등학교에서 필름카메라 수업을 1년 동안 들었다.




선배언니가 작업한 것이 너무 좋아 보여서 나도 듣기 시작한 수업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 것이다.

내 인생에 흑백 사진을 찍고 인화를 직접 해보는 기회가 어디 있겠나- 싶어 들은 수업이었다.


사진을 정신없이 찍으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이었다.

특히, 인물사진을 찍을 때 느끼는 희열은 상당했다.


캐논 필름 카메라를 통하여 본 세상은 침착했고, 조용했고, 살아있었다.

지금처럼 핸드폰에 카메라가 발달된 시절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국에서 핸드폰 없이 지냈었다. 아날로그를 마음껏 즐기며 하루종일 공부, 아니면 페인팅에만 심취되어 있던 내게 사진수업을 커다란 즐거움이며 활력이었던 것이다.


졸업 이주일 전쯤 열리는 졸업작품전에 한 벽 전체를 내 작품으로 꾸며야 하는데 오로지 들었던 생각은, "이 벽을 사진으로 채우자!" 였다.


25명의 인물로 채워진 이 사진전의 시작은 학교 행정실 리사의 13살 난 아들을 우연히 찍으면서부터였다.

그 애는 내가 졸업생일 때 9학년의 신입생으로 마르고 흰 얼굴, 생생하고 살아있는 눈빛의 선한 아이였다. 무엇보다 순수한 아이 같은 미소가 도드라지는 후배였는데, 나는 어느 날 운동장에서 공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즈음 늘 들고 다니던 카메라목에 덜렁거리고, 봄바람도 스리슬쩍 기분 좋게 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풀밭 아래서 내가 공 줍는 것을 도와주던 그 아이의 미소를 찍었다.




 "... 이게 존이란 말이니?"


리사는 크고 맑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곧이어 일어나 아무말 없이 잠시동안 나를 안아주었다.


"정말 아름답구나..."  


고맙다는 말을 한 리사는 이틀 후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아름다운 흰 꽃으로 장신된 액자에 담긴 존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존의 미소를 사진에 담아줘서 너무나 귀중하구나. 정말 고마워. 이런 귀한 선물을 받다니. 네가 절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단다."


내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그 말에 뿌듯해하며 리사의 사무실을 나왔지만 그때는 잘 몰랐다.

변하지 말라는 그 마음의 순수함이 무엇인지.

나는 순수했고, 순수한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어리숙하고 무지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의 미소를 진심으로 담아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사진을 통해 드러나는 것.

그것은 그 나이에 참으로 알맞은, 아직은 때 묻지 않은 학생의 "진심"이다.


변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그때 그 마음이, 절대로 내 안에서 없어지지 않기를... 리사는 바라고 바랬을 것이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나는 석달후, 뉴욕 맨하탄 7애비뉴 27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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